바위는 맨날 진다.
바위만 내니 맨날 진다.
수개월 전에는 들꽃에 졌고
수년 전에는 진달래, 철쭉에게 졌으며
수십 년 전에는 소나무에게 졌다.
심지어 수천 년 동안 물에게 지고 있고
수억 년 동안 바람에게 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보자기처럼 바위를 감싸고
가위처럼 바위를 잘랐다.
그래서 바위는 더 멋스러워졌고
그래서 바위는 삶의 이야기를 입게 되었다.
결국 바위다운 바위가 되었다.
나는 오늘 그 바위 위를 낮은 구름처럼 흘러간다.
지난 일요일 28년 만에 도봉산에 갔다.
국민학생 때는 저 높은 바위에서도 무서움이 없었는데 이제는 약간 무섭다.
앞으로 28년 뒤 그 바위를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최소한 그때까지는 완주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