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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Apr 28. 2016

바위 이야기

도봉산을 걷다가 문득


바위는 맨날 진다.


바위만 내니 맨날 진다.


수개월 전에는 들꽃에 졌고


수년 전에는 진달래, 철쭉에게 졌으며


수십 년 전에는 소나무에게 졌다.



심지어 수천 년 동안 물에게 지고 있고


수억 년 동안 바람에게 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보자기처럼 바위를 감싸고


가위처럼 바위를 잘랐다.



그래서 바위는 더 멋스러워졌고


그래서 바위는 삶의 이야기를 입게 되었다.


결국 바위다운 바위가 되었다.



나는 오늘 그 바위 위를 낮은 구름처럼 흘러간다.




지난 일요일 28년 만에 도봉산에 갔다.

국민학생 때는 저 높은 바위에서도 무서움이 없었는데 이제는 약간 무섭다.

앞으로 28년 뒤 그 바위를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최소한 그때까지는 완주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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