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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Feb 23. 2017

아내와 나의 인연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난 지금도 아내를 처음 본 순간을 명확하게 기억한다.

2001년 10월 13일 오후 6시 30여분, 낮이 밤으로 옮겨져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이쁘게 번지는 순간, 연세대 건너편 굴다리 신호등에서 세상에서 제일 평범해서 가장 특별하고 이쁜 아내를 만났다.

그녀는 가을과 어울리는 갈색 계열의 니트와 진한 색 바지를 입었고 갈색톤의 화장을 했는데 주황색 가로등 불빛과 같이 번져지는 모습은 하얀색 불빛 어우러지는 선녀와 견질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런 그녀가 내 소개팅녀라는 것을 안 것은 불과 몇 분 뒤였고 우리는 시시콜콜한 영화감상부터 주량과 같은 호구조사까지 매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난 그녀가 좋았으나 결혼할 형편은 아니었다. 나는 지방에 있었기에 하루에 몇 번씩 수시간의 통화로 보고픈 마음을 달랬다. 대화 내용은 보고 싶다는 것, 밥 먹는 것 등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하루는 나는 그녀에게 "우리가 결혼한다고 가정하면 언제 할까?"라는 질문을 하였고 우리는 만난 지 꼭 1년 만에 결혼할 것에 합의한 후 상견례 , 웨딩촬영 등 가상 계획을 몇 시간 동안 재미나게 토의하며 구상했다. 그냥 재미로 말이다.

그런데 이 막연한 계획은 정말 정확하게 실행되었다. 내 삶이 계획대로 된 것은 그때뿐인 것 같다. 그 결과 나는 2002년 10월 13일 해가 가장 높게 뜰 무렵 결혼을 했고 토요일에 짝을 만나서 꼭 1년 만에 결혼하면 그날이 일요일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그녀와 살고 있는데 나하고 살면서 몸도 마음도 약해져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돈이 없어 신혼여행도 국내 허름한 여관 같은 숙소로 가고 15년의 결혼생활 동안 10번을 이사 다니고 바쁘다는 이유로 홀로 병원에 보낸 것  등도 미안하지만 제일 미안한 것은 기댈  수 있는 남편 되지 못한 것이다.

아직은 이 세상에서 제일 평범해서 아름다운 우리 마누라님에게 남편다운 모습을 못 보여주고 있지만  언제 가는 그녀의 100퍼센트 남편이 될 것을 다짐하며 가장 아름다워야 할 마누라님과의 인연에 대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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