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판 : 시, 재판 : 사진 편집, 3판 : 이야기 추가
어느 친구가 "바달빛"이라는 대화명을 쓰는데 거기에 기인하여 이야기를 추가합니다.
세상에는 아주 신비한 거울이 있다.
이 거울에 세상을 비추면 모두 그 사람을 향하게 하는 대단한 거울이다.
사람을 비추면 사람이, 산을 비추면 산이, 심지어 해와 달을 비추어도 모두 그 사람을 향한다.
그리고 그 거울이 더욱 대단한 것은 그냥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의 건물을 비추는 거울은 도도함을 입고
드넓은 산하를 비추면 거울은 담대함을 입으며
이글거리는 태양을 비추면 찬란함을 머금고
은은한 달빛을 비추면 미묘함을 머금어서
비추는 사람을 향한다.
그것도 하늘이라는 바탕색을 깔아 맑은 날에는 발랄하고 흐린 날에는 꾸물거리며 밤에는 적막함을 표현한다.
이 거울은 신화에 나오는 거울이 아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거울이다.
이 거울은 작을 때는 손바닥 만할 때도 있지만 클 때는 인간의 눈으로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미 다들 눈치를 챘겠지만 정답을 이야기하면 바로 "물"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웅덩이부터 호수, 하천, 강, 바다와 같은 것들이다.
강따라 걸어도 해변길을 달려도 호수에서 서있으면서 수면에 비치는 나무, 건물, 산, 태양, 달 등을 보면 당신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거기에 비추면 당신이 이 세상에 중심이 된다.
그런데 유의할 사항이 있다.
이는 옛이야기에서도 나오는데 거기에 자신을 직접 비춰보지 않아야 한다.
나르시소스가 그러하듯 당신은 다른 모든 것을 보지 못하고 당신만을 보게 될 것이다.
어쩔 때는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책을 할 것이고 어느 때는 탐욕에 젖어 자신도 잃어버릴 수가 있다.
평상시 우리는 항상 사물을 직시한다.
특히 자신을 거울에 비출 때면 주변 배경과 환경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특정 상태를 비약해서 비관하기도 하고 낙관하기도 한다.
가끔은 바다에 비친 달빛마냥 호수에 비친 햇빛마냥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바라보기(난이)
들꽃이 날 바라봐
향기로운 설렘 만들고
내가 들꽃 바라봐
은은한 끌림에 빠진다.
우리의 만남 같다.
태양이 날 바라봐
그림자 만들고
내가 태양 바라봐
찌푸림 만든다.
우리의 헤어짐 같다.
강물에 비친 모든 아름다움은
나를 향하는데
호수에 비친 모든 슬픔은
나를 향하는데
너의 추억이요
나의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