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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Mar 31. 2018

낮스러운 달리기

2018년 동아마라톤 후기 1

(지난 겨울나기)

지난겨울 정말 많이 뛰었습니다.

지역적 특색으로 눈과 얼음이 상존하였고

시기적 특색으로 어둠을 뚫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1주일에 100km도 넘게 뛰었고

영하 27도의 혹한에서도 뛰었으며

거북이와 경주하듯 천천히도 뛰었습니다.


낮에는 해님을 벗 삼아 달리고

밤에는 달님을 연인삼아 달렸으며

이래저래 그렇게 혼자 달렸습니다.

그 전 겨울과 같이 언덕을 달리지도 않았고

페이스도 올리지 않았으며

이쁜 것 찍고 예쁜 것도 찍으며

요런 것, 저런 것, 그런 것 하면서 찍다, 걷다, 뛰다 하며 그렇게 즐겼습니다.


(동마 전 기다림)

토요일 30, 일요일 30 이렇게 주말 60키로도 뛰었고

한탄강 위를 5km 이상을 달리는 이색 체험을 하면서

무릎 통증을 겪기 시작하였습니다.

동마 3일 전에는 10시간 동안 40킬로를 걸으면서

늦었지만 자봉을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동마 하루 전 우연히 배번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풀을 뛰면서 축제를 온전히 느끼고 싶었으나

몸도 일정도 약속도 있다는 핑계로

반만 뛰기로 하였습니다.


(봄의 낮스러움 같은 달리기)

종로에서 출발 전 이미 정강이에 통증이 있었고

다리가 전반적으로 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오형님 정말 바쁘게 움직이는 페트롤카와 같이 검은색 옷을 입고

"이오이오~~~, 이오이오~~~"하며 경쾌하게 들어왔고

이오형님, 하루친구 그리고 저 이렇게 세명은 22킬로미터를 출발하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빠른 그녀 "하루"였기에

우리는 같이 출발하였으나 다르게 골인하였습니다.  

기록은 최악이었으나 달리기의 느낌은 최상인 멋진 경험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건포도를 두 주먹에 쥐고 먹기도 하고

주로에서 벗어나 보도블록을 타박타박 걷기도 하였으며

다리 위에서 인증샷을 찍고

사랑하는 한강을 그윽한 눈으로 한참을 내려다보며

약간은 게으른 달리기를 하였는데 이는 봄날 꽃 봉오리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간절하게 기다려도 피고 싶은 만큼만 서서히 자태를 만들어가는 봄꽃과 같이

햇살의 낮스러움을 즐기며 뛰고 싶을 때 뛰고 먹고싶을 때 먹고 보고싶을 때 보며 달렸습니다.

(이런 달리의 소감)

예전에 저는 "기다림"이라는 시를 한편 썼는데

이는 목련이 피어가는 과정을 썼던 것이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달리기를 종합하면 그 시의 목련이 피는 과정과 흡사합니다.

기다림(난이)


털보숭이로 태어나

얼음보숭이가 되고

꽃송이도 되기 전에

눈송이가 되어도...


밝은 해,

낮스러움을 기다린다.


몇 번의 천둥소리와

수천 방울, 비의 속삭임 듣고

하룻밤 그리고 또 하룻밤

느긋한 기지개를 켠다.


스쳐간 바람결같이

감싸준 눈꽃같이

흰색 겹겹이 기지개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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