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에 가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걸 좋아하고 그날의 하늘색, 구름 모양 등에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단연코 최고의 하늘은 맑고 투명한 파란 하늘이지만 슬프게도 미세먼지와 황사에 시달리는 한국에서는 길게 보기 힘든 하늘이다.
반면 골웨이에서는 마치 혜택처럼 그런 꿈의 하늘을 마음껏 보고 만끽할 수 있었다.
골웨이에 간지 얼마 안돼서 집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높은 건물도 어떤 오염도 없는 하늘이었다. 그야말로 뻥 뚫린 넓고 청량한 하늘 그 자체고 게다가 양떼구름처럼 얇고 넓게 깔린 그런 구름도 자주 보였다.
난생처음 보는 그런 풍경에 카메라를 꺼내 들어 찍을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는 익숙했던 붐비고 바쁘게 움직이는 세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런 여유와 고즈넉함이 위로로 다가왔다.
하늘과 빛을 좋아하기에 큰 통창이 있는 홈스테이 집이 참 만족스러웠다.
당시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집에 있게 되면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것조차 힐링이었다.
6월인 당시에 아일랜드는 해가 길어서 오후 9시가 넘어가도 어둠이 오는 게 아니라 서서히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정도였다.
어느 날 홈스테이하던 집에서 창문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는데 그 노을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해외에서는 주로 낮에만 외출을 하는 편이라서 내 기준 늦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노을에 홀린 듯이 외출 준비를 했다.
나가는 길에 홈맘을 만났는데 어딜가냐는 질문에 노을이 너무 예뻐서 보고 싶다고 하니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재미있게 보고 오라고 격려해 주셨다.
골웨이자체가 중소도시이기 때문에 번화한 느낌이 아니지만 이곳은 주택가이기 때문에 더더욱 조용하고 인적도 드물었다. 게다가 딱히 가야 할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 집 주변으로 돌기로 했다.
낯선 곳이지만 왠지 이 안락한 도시에서는 두려움보다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에 대한 기대가 오히려 생겼다.
돌담과 작은 집을 구경하며 걷는데 난생처음 보는 꽃이 피어있는 게 아니겠는가.
마침 이번 첫 유럽을 위해 구매한 카메라도 있으니 바로 이거다 싶어 카메라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꽃 자체는 좋지만 꽃사진을 찍는 건 왠지 엄마감성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낯선 곳에서의 탐험에서는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조차 좋은 관찰거리였다.
담장 위에 피어있던 분홍꽃도 노랗고 하얀 작은 야생화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각기 다른 모양에 시선을 빼앗겼다. 바삐 살다 보면 작은 것들을 지니치기 쉽기 마련이다. 여유가 있을 때 주변을 둘러보고 미처 놓친 것들을 살펴보는 것도 인생을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꽃구경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아마 10시가 넘었던 시간인 걸로 기억하는데 그제야 해가 떨어지고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드넓은 하늘에 서서히 주황빛이 차오르며 점점 어둠이 밀려왔다.
집에 다 와서는 하늘이 꽤 어두워졌고 해는 여전히 지고 있었다.
짧은 집 주변 탐험을 마치며,
집에서 멀리 떠나 해외에서 느끼고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터이다.
이렇게나 늦은 시간에 구경하는 노을도 그중에 하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그 청량한 하늘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