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모허의 절벽, 아일랜드에 가기 전 검색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내가 저곳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법, 내가 아일랜드에 간다는 아주 비현실적이었던 일도 일어났으니 모허의 절벽에 가는 것 또한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실제로도 일어났다.
어학원 연계로 여행상품을 고를 수 있었고 친구 몇몇 이서 모여 모허의 절벽에 갈 기회를 얻었다.
여행 당일, 그 악명 높은 골웨이의 날씨임에도 다행히 아주 맑고 쾌청한 날이었다.
골웨이 중심에서 버스를 한참 타고 달려 대서양에 맞닿은 육지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원체 바다를 좋아하지만 바다가 낭만적이라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육지의 끝자락에 있다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느낌을 마음에 담은 채 배를 타고 이니쉬어 섬에 들어갔다.
쾌청한 날씨 덕에 선선한 바닷바람과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란 하늘에 비친 깊고 푸른 바다 그 모든 것이 아름답고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이니쉬어섬은 골웨이만의 아란 아일랜드 중 가장 작은 섬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고요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풍기고 있다.
과거 그런 작은 섬을 지키기 위함이었는지 아직도 그 모습을 간직한 요새도 찾아볼 수 있고 또 간신히 그 형태를 유지한 성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성 위에는 자유로이 오를 수 있어 호기롭게 올랐으나 중간에나 올라 미처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아찔했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친구들과 재미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섬을 걷다 보면 무엇하나 방해 없는 이런 뻥 뚫린 길도 자유로이 걸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작은 섬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다음으로 이 섬의 명소인 플라시 배이다.
1960년대 폭풍을 만난 배가 파도와 바람에 떠밀려 이렇게 섬 위에 올라오게 되었고 오늘날 명소가 되었다.
멀쩡한 배가 어찌나 강한 바람을 만났으면 이렇게 땅 위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흘러 녹이 잔뜩 슬어있지만 땅 위의 배가 엉뚱하기도 하면서 왠지 위엄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인위적인 장식품이 아닌 그 이야기까지 더해져서 더 재미난 명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는 정말 청량하고 맑은 에메랄드 바다였던 이니쉬어 블루 플래그 해변이다.
이렇게 청량하고 깨끗한 바다를 두 눈으로 보다니 감격스러웠다.
바다와 하늘 모두 오염하나 없는 새파란 자연의 색 그 자체였고 그런 자연 속에서 해맑게 놀고 있는 두 어린 소년마저 참 귀여웠다.
다음 코스는 배를 타고 절벽 주변을 구경하는 것이었는데, 피로에 배 안에서 졸다가 친구가 깨워 겨우 나가서 구경하게 되었는데 무거웠던 눈꺼풀이 확 뜨일 만큼 놀라운 광경이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오랜 역사가 만들어 낸 자연의 산물을 구경했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모허의 절벽'이다.
모허라는 이름은 모타르(Mothar) 또는 모허(Moher)라고 불리는 옛날 곶의 요새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미 멋진 곳을 많이 둘러봤지만 역시 모허의 절벽에서 느껴지는 웅장함과 경 외로움은 남달랐다.
저 거대하고 근사한 절벽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절벽 옆으로 길이 나있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절벽 위에 자리할 수 있었다.
모허의 절벽에서 바라본마음이 뻥 뚫리는 그 기분은 몇 년이 흐른 지금에서도 여전히 생생하게 느껴진다.
자연에서 탄생한 이 절벽이 어쩜 이렇게 근사하게 자리 잡고 있을까.
만약 여기에 오두막을 짓고 살 수 있다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매일 바다를 바라보며 살고 싶었다.
너무 멋진 모허의 절벽이지만 사실 벼랑이기도 한지라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너무 끝자락에 다가가면 살짝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 자연 앞에 작아지는 인간이다.
한 번이라도 모허의 절벽에 가 본다면 왜 이 절벽이 골웨이 명소인지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긴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하루 종일 고단했는지 실컷 자면서 여행을 마쳤던 기억이 난다.
옆에 앉은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하루일정을 마치니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이 되었다.
우리는 소소하게 여행 뒤풀이로 펍에서 기네스를 한잔씩 마시고 헤어졌다.
친구들이랑 이렇게 멋진 여행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너무나 귀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거대한 자연을 경험 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