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웨이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할 때 날씨 이야기를 절대 빼먹을 수 없다.
아일랜드, 특히나 골웨이에서 날씨란 애증 같은 존재다.
아일랜드행을 결정하기 전 이미 영국, 아일랜드의 날씨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주로 알고 있었던 건 비가 많이 오고 한국보다는 기온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정도였다.
당시 아일랜드행을 급하게 결정해서 많이 찾아볼 시간도 없었고 되는대로 간단하게만 짐을 챙겼다.
비가 많이 온다니까 우산하나, 꽤나 선선한 기후라니까 긴팔에 따뜻한 옷 위주의 짐이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한국에서도 참 예기치 못한 날씨를 겪곤 하는데 아일랜드도 예외는 없었다.
그런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내가 처음 도착했던 6월의 골웨이는 선선한 날씨가 아닌 쨍하게 맑은 하늘을 하고 있었으며 현지인들도 경험하지 못한 높은 여름 기온이었다.
내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맑은 하늘 아래서는 유독 모든 게 예뻐 보이곤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나뭇잎도 시티센터에 펄럭이는 만국기도 그냥 어떤 슈퍼마켓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하는 건 장소에도 해당되나 보다. 이후에 아주 당황스러운 날씨를 경험하게 되지만 골웨이 하면 먼저 떠올리게 되는 풍경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시원한 공기다.
하지만 6월도 선선하다고만 알고 떠나서 여름옷은 거의 챙기지 않은 탓에 부랴부랴 여름옷을 구해야 했고 필요시 한국에서는 감히 입지 않았던 민소매도 입곤 했다.
이건 아마 나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해당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도착한 직후에는 운이 좋아 쾌적한 날씨를 만끽했지만 시간이 지나 본격적으로 악명 높게 변덕스러운 아일랜드 날씨를 경험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가 섬이라 원체 비도 많이 고하지만 서쪽인 골웨이는 유난히 더 하다고 한다.
위는 내가 지내던 동네이다. 하늘을 보면 정확히 반은 구름, 반은 쨍한 하늘인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리 해가 쨍한 날이어도 이렇게 갑자기 비구름이 들이닥치면서 비를 퍼붓는 경우가 있어서 이럴 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한다. 또 바람이 강해서 비가 종종 사선으로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우산을 써도 비에 흠뻑 젖는 일도 겪는다. 그래서 골웨이에서 지낼 적에 우산이 한번 바람에 망가진 이후 우산은 과감히 버리고 튼튼한 우비를 주로 이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 정도 비는 그냥 숨 쉬듯, 밥 먹듯 겪어내야 한다.
진정 스톰이 오면 이게 본격적인 비다.
한국에서도 태풍이 무섭듯 아일랜드에서도 스톰은 두려운 존재다.
심지어 이 스톰 때문에 핸드폰 카메라에 물이 찼는지 며칠간 카메라를 영영 잃은 줄 알고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
또 이 스톰은 여행 전날이었는데 마치 집이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이 스톰으로 여행이 뒤틀려버렸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았던 것 하나는 오염 없는 맑은 하늘이다.
국내에서는 특정 계절마다 심해지는 미세먼지에 골머리를 썩곤 한다. 어릴 적에는 황사가 두려워졌다면 대략 10여 년 전부터는 미세먼지가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때문에 아일랜드에서의 청량하고 맑은 하늘이 아주 큰 혜택처럼 느껴졌다. 매일같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노라니 아마 현지인들은 내가 겪었던 미세먼지는 경험해 보지 못했으리라. 차라리 비를 자주 맞더라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게 낫겠다 생각한 적도 있다.
축축하고 스산한 날씨에 고생은 했어도 여전히 나는 골웨이를 그리워한다.
해가 유난히 쨍하고 하늘이 푸르면 골웨이가 생각나고 또 하늘에서 심술 난 듯 비를 뿌려대면 또 골웨이가 생각난다.
나는 그렇게 골웨이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