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문화
아일랜드는 한국과 꽤 닮아있는 나라다.
음주가무를 즐길 줄 알고 아픈 역사를 가진 점이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아주 먼 나라지만 어쩐지 정감이 간다.
이번에는 음주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한국은 치맥, 삼겹살에 소주라는 말이 너무도 익숙할 만큼 술과 음식과의 조합에 집중하는 반면 아일랜드는 그다지 음식이 유명한 나라는 아닌 만큼 맥주 자체와 펍 문화가 발달해 있다.
맥주 중에서도 기네스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흑맥주다. 참고로 기네스북의 기네스도 바로 이 회사에서 주최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 더블린에는 이런 기네스를 상징하는 기네스 박물관도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서의 갓 나온 기네스는 왠지 더 신선하고 특별한 맛처럼 느껴진다.
기네스를 제대로 알게 된 건 아일랜드다. 해외에 가면 각 국에 있는 특징적인 뭔가를 경험해 보고 싶은 욕구는 어디에서든 발현된다. 아일랜드는 앞서 말했다시피 음식에는 그다지 찾아볼 만한 것이 없는 반면 펍은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처음으로 가게 된 펍에서 기네스를 주문했다.
처음 마셔본 기네스는 탄산감이 없는 흑맥주인데 찰랑거리는 거품을 위에 얹고 있다.
현지 펍에서 얻은 팁인데, 주문한 기네스가 나오고 바로 마시는 건 하지 말아야 한다.
나오자마자 받은 잔 안에 기네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옅은 갈색을 띠고 있다. 이 시점에서 조금 기다리면 점점 색이 짙어지며 잔의 색이 전체적으로 어두워졌을 때 진정 기네스를 마실 타이밍인 것이다.
너무 탁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은 딱 적절한 쓴맛과 청량감이 어우러진 기네스는 과연 일품이다.
그렇게 현지에서 맛본 기네스에 홀딱 반했고 여전히 기네스는 내가 제일 애정하는 맥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부터는 펍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펍은 주로 맥주를 파는 술집이다. 거한 요리보다는 간단한 요리를 곁들여 판다.
펍은 평범하게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곳이 있는 반면 라이브 뮤직이 있는 펍 혹은 라이브 뮤직과 댄스가 곁들여진 펍이 있다.
참고로 나는 상당히 내향형으로 한국에서도 클럽에 가본 적이 전혀 없을 정도로 춤이나 왁자지껄한 문화와는 먼 사람이다. 하지만 펍은 조금 달랐다.
골웨이에는 점심시간에는 식당으로 이용하고 저녁이나 주말에는 펍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안푸칸이라는 펍이 있다. 점심식사로도 많이 갔었고 종종 주말에 펍으로도 이용했었다.
스포츠 경기가 열리면 어렷이서 모여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펍에 가는 일이 즐거운 이유 중에 하나는 각양각색의 인테리어와 장식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각자의 이야기와 개성이 담긴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며 구경하게 된다.
간혹 10유로에 맥주 3잔 같은 이벤트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러면 친구들과 즐겁게 나눠 마시는 것이다.
맥주 한잔으로 이야기는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또 골웨이 쏠트힐에 위치한 먼로즈라는 펍이 있다. 이곳의 특이한 점은 매주 수요일마다 라이브 뮤직을 제공하고 많은 어학원 친구들이 그곳을 방문한다는 점이다. 목요일 결석생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호기심에 친구들을 따라간 이 펍에서 문화충격을 받았다. 이곳에 온 목적은 정말 재미있게 놀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아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나도 모르는 노래지만 그냥 멜로디만으로도 흥겹기 그지없고 특히나
스페인어 노래가 나오면 열정 가득한 스페인 친구들이 리드하며 춤을 맘껏 췄다.
인생에서 아주 새로운 문화였는데 전혀 거부감 없이 순수하게 즐길 수 있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순수한 해방감을 가지고 놀아보겠는가. 그리고 춤이라는 게 인생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아쉽게도 한국에 와서는 다시 춤을 출 수 있는 일이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역시 내향인에게는 도심에 있는 아기자기한 작은 펍에서 친구들과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제일 마음 편한 시간이었다.
펍이라는 공간은 단지 맥주를 마시는 곳이 아닌 아일랜드 문화의 일부이며 사람을 만나고 즐거움을 공유하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아일랜드 어느 곳이라도 방문하게 되면 펍은 한 군데라도 꼭 들러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