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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로 당일치기 여행하다

by MARY

아일랜드에서 지내며 대부분 골웨이에 머물렀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또 그렇게나 원하던 조용하고 평온한 삶을 누렸으니 다시 새로운 곳에 대한 갈망도 생기기 시작했다.

마침 잘 어울려 지내던 친구 테레사랑 친구 몇몇 이서 모여 코크 여행이 결성되었다.

내향인으로써 혼자 하는 여행은 해도 아주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여행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여행에 참여했다. 아무래도 주말에 혼자 집에서 빈둥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말이다.


코크는 아일랜드에서 더블린 다음으로 큰 도시이며 남부 정치 경제에 중심이자 중요한 국제항이다.

내 하우스 메이트도 나중에 코크로 옮겨갈 것이라고 해서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더 익숙하고 궁금하긴 했었다.


우리가 코크에 간 건 일요일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도착하자마자 느껴졌던 코크의 이미지는 고요와 적막 그 자체였다. 유럽도 나라나 지역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주말에는 쇼핑몰도 닫는 곳도 꽤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닫은 가게도 많이 보이고 인적도 드물었다. 날씨마저 흐려있어서 그 분위기는 더 부각돼 보였다.

그럼에도 아무래도 골웨이보다 큰 도시규모에 여기저기 시선이 갔다. 역시 처음 가보는 곳에서는 마냥 건물구경, 거리구경만 해도 반나절은 쉽게 보낼 수 있다.

국제항이어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정박해 있는 배도 구경할 수 있었다. 벌써부터 여러모로 매력적인 도시 같았다.


코크를 여행하며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간판과 건물이었다.

비록 도넛을 사지는 않았지만 절로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는 도넛가게였다.

아마 코크에서 살았다면 몇 번은 들러봤을지도 모르겠다.

또 스위트허트라는 달달한 군것질 거리를 파는 이 가게는 마치 영화에 등장하는 가게처럼 앙증맞았다.

특히나 빨간 벽이 참 인상 깊었다.


이외에도 참 특이한 건물이 많았는데,

말이 장식된 건물이라던지 아래처럼 컬러풀하면서 다채로운 모양이 그려진 건물이라던지 마치 동화 속 나라에 온 것만 같았다.

아일랜드에 가기 전 가장 익숙했던 서울의 풍경은 근사하게 위로 높게 뻗은 회색 건물이 주를 이뤘는데 이런 낮고 알록달록한 코크의 풍경과 참 대조를 이뤘다.


코크를 여행하며 유난히 무지개 깃발이라던지 장식이 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오후가 되고 그 궁금증이 해소가 되었다. 마침 우리가 여행하던 날이 퀴어 퍼레이드를 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처음 도착했을 때 적막했던 코크와는 다르게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퀴어 퍼레이드를 실제로 보는 건 난생처음이었는데 이런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는 충분히 모두가 즐길 수 있었다.

몇 번을 언급하게 되겠지만 아일랜드에 지내며 느낀 건 내가 알던 것보다 폭넓은 다양성을 몸소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넓은 세상을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점이라고 생각한다.

오후가 되고 점점 맑게 개는 하늘과 화려한 가렌더 덕에 코크는 점점 화사한 도시로 바뀌고 있었다.

날도 얼마나 맑고 물도 맑았으면 물에 비친 하늘이 이렇게도 선명하게 비쳐 보였다.

여행 중에는 일상의 그런 것들도 왠지 특별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 사소하며 특별한 풍경을 눈에 담고 사진에 담아내었다.

세인트 핀 바레스 성당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 규모가 상당히 컸다.

유럽여행을 하다 보면 성당을 보게 되는 일이 흔한데 성당은 건물부터가 위엄이 있고 역사가 오래되어 그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무종교인 나로서도 왠지 경건해지는 마음이 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숲길로도 발걸음을 돌렸다.

공원에 앉아 서로 안마도 해주고 진정한 휴식을 취했다. 잔디에 아무 돗자리도 없이 누울 수 있다는 게 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면 여기서는 카페에 가듯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땅을 이불 삼아 하늘을 보는 게 이렇게나 상쾌한 일일 줄이야.

마지막 코스로는 펍을 갔다. 펍이 참 많은 나라 아일랜드지만 어느 펍을 가도 다른 펍과는 다른 이색적인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 날은 퍼레이드인 만큼 펍에서도 퍼레이드의 연속이었다.

웬일로 펍에 가베가 있어서 친구들이 열심히 내 이름도 만들어 주었다.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마무리하며 코크 여행도 끝났다.


사실 크게 계획을 하고 간 것이 아니라고 해도 둘러보지 못한 곳도 많고 뭔가 그대로 돌아가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어지간히 아쉬움을 남겨놓고 떠나야 다음이 있기 마련이다.

나름 알차고 재미났던 첫 코크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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