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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달라지는 버킷리스트

올즈 큐레이션 (25)

by 자민
2020년의 생각


당신의 버킷리스트에는 무엇이 쓰여 있나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 꽤 되었는데 얼마 전에야 겨우 100개를 채웠습니다. 칼럼에서처럼 한 해 기준이 아니라 평생을 기준으로 삼아도 100개의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적어 내려가다 보면 내가 보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들이 하나씩 모여 나라는 존재를 이룹니다.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쓰면서 미처 몰랐던 나의 내면을 직시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올해 하고 싶은 일 100개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최호진 씨처럼 쓰다가 삶의 행로가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도 2020년에 하고 싶은 소소한 일들을 좀 더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1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인용한 기사

100번째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중앙일보, 2020년 1월 22일)




2021년의 생각


칼럼에서 언급되었던 최호진 작가는 본인의 브런치북 <퇴직보다 휴직>을 토대로 지난해 여름 《퇴사 말고 휴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나 역시 지난해 비슷한 환경에 처해있었던 터라 흥미롭게 브런치 글들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경험을 해서 더욱 공감이 갔다고 해야 할까.


버킷리스트를 적다 보면 신기한 것이 생각보다 뒤로 갈수록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버킷리스트는 그대로 개인이 가진 욕망의 발현이다. 그런데 이것저것 신나게 적어놓고 얼마 후 다시 찾아보면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게 정말 맞나? 이걸 다 이루면 내 삶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나...? 툭하면 하릴없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그럼에도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글과 메모라는 도구를 통해 나라는 존재와 직접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는 것과 그 생각을 글자라는 형태를 갖춰 풀어내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버킷리스트에 적어두고 얼마 후에 다시 펼쳐봤을 때 여전히 가슴이 쿵쿵 뛰고 설렌다면, 내가 가진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좀 더 그쪽에 배분해도 좋을 것이다. 반대로 이걸 왜 적어뒀나 싶은 생각이 든다면 ‘아, 욕심이었구나’하고 쓱쓱 지워버리면 될 일이다. 남의 것이 아닌 내 버킷리스트이므로.


영화 버킷리스트를 봤을 때는 이십 대 신입사원이었다. 막연히 노년의 삶에 대한 상상을 했었고, 아마도 그 기억이 강렬해서였는지 꽤 오래도록 버킷리스트를 채워갔다. 그런데 앞부분과 달리 뒷부분에 채워지고 있는 버킷리스트가 속성이 사뭇 다르다.


“아이와 자전거 타기“

“아이와 주말에 축구 보러가기“

“아이와 단둘이 봄 여행 떠나기“


맨 앞에 아이가 있다.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러지 않을까 싶다.




참고하면 좋을 내용


퇴직보다 휴직 (최호진 작가 브런치북)


영화 버킷리스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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