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영감사전 25 - (3) 정체성
“제가 세상 밖에 벌여놓은 책들이 저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해요.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고 지탱해 줄 내 삶의 기둥. 회사는 수단 뿐일 수 있어요. 근데 일은 수단일 수 없죠. 내가 하는 일은 곧 나의 정체성이니까. ‘워라밸’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저는 일과 삶이 무 자르듯 나눠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삶 안에 ‘일하는 내’가 있는 거니까.”
1. 김훈의 '연필로 쓰기', 이슬아의 '부지런한 사랑'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 에세이를 만든 편집자 이연실 님의 인터뷰 한 대목입니다.
2. 학창 시절 소설가가 될 것임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는 문학도였으나, 신은 그녀를 글을 짓는 업이 아닌 책을 짓는 업으로 인도합니다. '소설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신입이 '비'소설, '잡문'이라 불리던 에세이 팀에서 일하게 되는 인생의 아이러니가 펼쳐집니다.
3. 그 후로 연실님은 에세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뜹니다. 조건 없이 재지 않고, 매 책마다 새로움을 추구하며 분투해왔습니다.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는 과정을 16년간 거치며 그 자신이 스스로 브랜드가 된 연실님은 이제 그간 일해온 문학동네의 임프린트 출판사 '이야기 장수'를 차린 대표가 되었습니다.
4. '최인아책방'을 운영하는 최인아 님은 태도의 중요성을 자주 설파합니다. '태도가 경쟁력이다'라는 카피로 집약되는 이 관점은 노력과는 조금 다른 각도의 것입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가 점차 차이를 만들어내고, 본연의 재능을 꽃피우게 한다는 그 말이 이연실 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며 떠올랐습니다.
5. 가끔 힘들 때면 회사는 밥벌이 수단일 뿐이라고 동료들과 자조 섞인 농담을 할 때도 있지만, 그 말이 온전히 진심은 아니길 바랍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 중 가장 양질의 시간에 우리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은 하루, 이틀, 일 년, 십 년 쌓여 곧 나의 정체성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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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비법? 그런 건 없고 '전지적 덕후 시점'이 돼라!
(한국일보, 2022년 5월 18일)
*Photo by Debby Hudso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