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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민 Mar 21. 2023

절대로 때리지 마라

읽고 생각하고 쓰고 (22) - 이상한 정상가족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극히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고의적 폭력이라기보다 보통 사람들의 우발적 체벌이 통제력을 잃고 치달은 결과라는 것이 그간 숱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부모의 감시하에 마치 철인경기 출전이라도 한 양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아이들은 특히 중학생이 될 때 행복감이 뚝 떨어진다.”


“우리는 모두 미래의 낯선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존재의 의미를 다음 세대에, 아이들에게 빚지고 있다.”




좋은 육아서 하나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책으로 육아를 배운다는 건 책으로 연애를 배운다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라서 사실 헤헤 글쎄요 저도 계속 터득해 가는 입장인걸요 하고 어물쩍 넘어가긴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계속 한 권만 대라고 조른다면 나는 이 책을 꼽겠다. <이상한 정상가족>.


언론계와 비영리단체, 공직을 넘나드는 저자의 다채로운 이력 덕인지 책은 어느 장은 르포처럼, 어느 장은 학술서처럼, 또 어느 장은 잘 벼려진 보고서처럼 다양한 각도로 읽힌다. 하지만 독자가 기억해야 할 메시지는 그야말로 심플하다.


“아이들을 절대 때리지 마라. 절대로.”


새로운 가족을 맞게 되는 양육자가 뼛속까지 새겨 넣어야 할 말 한마디가 있다면 이 말이 아닐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 다른 건 다 상황과 여건이 안되더라도 이것 하나만 지켜낼 수 있다면 적어도 부모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하한선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이가 아직 어릴 무렵, 자녀들을 먼저 키워내신 은사님이 해주셨던 이야기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애들 손찌검하지 말라고. 아무리 키우다 성질이 나고 열불이 나도 그러면 안 된다고. 나중에 커서 다 기억한다고. 그때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 그 말씀이 마음깊이 박혔던 적이 있다.


저자는 그 단순한 육아비법(!)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조곤조곤 독자에게 전한다. 체벌의 정도에 경계는 없고, 사람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정도가 다르니 그걸 부모에게 아무렇게나 내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무엇보다 같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아무리 부모라도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할 권리 따위는 없다고.


아이들을 키우며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없는 것은 아니나, 늘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자식이 마동석인데도 때리려고 하는 양육자는 없다. (감히 쥐어박을 생각조차도 안 할 듯.)


얄미운 짓을 하면, 간지럼을 태울테다. 마블리에게도 간지러움은 태울 수 있을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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