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녀석

아 정말 지독하네

by 아빠 민구


둘째의 이야기이다.

둘째는 아주 지독하다



어제는 정말 머리가 종이장처럼 바스락 구겨질 만큼 우리(둘째를 제외한 셋)를 괴롭혔다.

언제나 자기 갈 길 가는 둘째

분명 카시트에 안전벨트를 채워놨는데, 드라이브하는 내내 뒤에서 나를 간지럼 태위고 목쿠션 고무줄을 튕기면서 한 시간을 달렸다. 나와 아내가 그만하라고 했지만 둘째에겐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재미있으니 하겠다"라는 생각뿐이었다.


분주하고 꽉 찬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웠으나, 요즘 말이 터진 둘째는 뭐라고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공룡소리를 섞어가며 2200시부터 0100시 까지 떠들었다. 쉬질 않았다.

공룡소리를 정말 잘 낸다.

"제발 좀 자자"는 애원과 "너 안 자면 호랑이가 잡으러 온다"라는 협박과, 온갖 권유와 설득, 회유와 압박, 제압과 무관심에도 굴하지 않고 세 시간을 떠들었다.(그리고는 아침 1000시까지 잤다)

원하는 것을 얻었을때의 표정

"출근해야 하는데, 집안일해야 하는데, 책 읽어야 하는데"라는 걱정과 함께 머릿속이 하얗게 타들어가는 듯한 괴로움 속에서 "이 아이는 도대체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나면 혼나는 대로 기도 죽고 삐지는 첫째와 다르게, 둘째는 혼나든 말든이다. 오히려 혼나면 되받아 치고 말도 듣지 않는다. 그리고는 자기 혼자 어디로든 가서 하고 싶은 놀이를 한다.


정말이지 '마이웨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어딜 가든 부모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불러도 오지 않고, 하지 말라고 해도 마음대로 하고, 하라고 해도 내키지 않으면 절대로 하지 않는다.

입기 싫으면 벗는다. 단추를 풀지 모르니 힘으로 벗어낸다.

그리고 그 중간중간에 산적과 같은 호탕한 웃음을 섞어가며 나름의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는 듯한 감정표현을 한다. 어린 녀석이 이렇게 천하를 얻은 것 같은 호방한 웃음소리를 내다니 정말..

"허 허 허 허! 크앙!!"


아직 덜 되는 발음으로 온갖 말을 다 하려고 하고, 말을 못 하더라도 아주 사소한 뉘앙스나 대화까지 알아듣는 것 같다. 인지력이 매우 높다고 해야 하는지. 더 어려서부터 그랬다.

사진찍으려 웃으라 했더니 지은 표정

그렇다. 분명 알아듣는 게 확실한데, 일부러 자기 마음대로만 하는 것이다. 정말 다 알아듣고 부모에게 일말의 협조를 해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호탕한 고양이] 정도라고 해야 할까.

호탕한 고양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이고 또래보다 훨씬 높은 인지력을 가지고 나와 인격대 인격으로 맞서는 녀석이다. 그 고집과 줏대가 실로 대단한데, 어젯밤에는 [지독하다]라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사전을 찾아봐도, 지독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일정 한계도 넘고, 상태가 극에 달하고, 한다면 하는 이 [호탕한 고양이] 녀석을 도대체 어떻게 훈육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지독하다.


이 지독한 녀석을 본인의 그릇에 맞게 넓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오늘도 녀석과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밤도 녀석의 터진 말의 홍수를 넘어 편히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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