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아이들의 코로나 블루가 심각하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한참 뛰어놀고 즐기고 배우고 경험해야 할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워진 상황이 너무 가혹했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자신의 감정표현을 정확하게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스스로 해소대책을 찾아내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우리 집 아이들은 1월 말부터 코로나를 우려해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꼬박 일 년을 집에서 엄마와 지지고 볶고 이는 녀석들이다. 심지어 우리 아파트에는 놀이터도 없다.
아이들이 심각히 도 걱정되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며칠간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1. 아이들은 아빠만 보면 유튜브를 틀어달라고한다.
아이들이 같은 장난감으로 같은 놀이를 하면서 지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장난감은 점점 눈에 익고, 익숙해진 만큼 흥미는 떨어진다.
반면 영상자료는 방대하고 끝이 없다. 늘 새로운 장면과 주인공들이 등장해서 (별다를 것 없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주말에 밥 세끼 다 먹이고 치우고 정리하고 하다 하다 정말 힘이 들 때면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틀어주고 낮잠을 잘 때가 있다.
두 시간이 지나 일어나 '해가 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아이들에게 가 보면, 아이들이 그 긴 시간 동안 변함없이 즐겁게 영상물을 보고 있다.
집에서 유일하게 새로운 것들이 화면에서 계속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2. 아이들은 영상으로 본 것들을 직접 해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영상물을 시청한 후 다시 거실로 나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되면, 또 이내 장난감에서 떨어졌던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가지고 논다.
그 모습과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방금 전에 영상물 시청에서 봤던 내용들을 주어진 장난감들로 반복하거나 모방하거나 예전에 가지고 있던 정보들을 혼합해가며 새로운 상황극을 하는 것이다.
레고 영상을 보면 레고 장난감을, 공룡 영상을 보면 공룡 장난감을, 로봇 영상을 보면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
아예 새로운 내용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고, 대부분 영상과 부모로부터 받아들였던 내용들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상황극이니만큼 영상물의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3. 둘이서 지겹게도 지지고 볶고 굽고 튀긴다.
무엇이든 혼자 하면 재미가 덜 한 법.
둘은 서로 밀고 당기고 부딪치고 넘어지고 넘어뜨리면서, 올라타고 찌르고 간지럼 태우면서 논다.
큰 소리가 나거나 살림살이들이 부서지거나 지들끼리 놀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하지 마~!!"라고 야단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나도 이제 어느 정도 해탈했는지, 하지 말라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냥 상황에 맞는 내 적절한 대사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 같다.
여하튼, 그렇게 둘이서 얼마나 지지고 볶고 굽고 튀기고 노는지 모르겠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도무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둘이 같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새로운 것에 반응한다.
아이들이 반응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서 보았다. 변신 로봇? 근데 이상한 건 변신로봇이라고 다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분명 몇몇 변신 합체 로봇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애들용 비타민에 붙여파는 싸구려 로봇(한 이삼천 원이나 하려나)을 이틀 동안 가지고 놀았다.
아마 우리 집에 있는 변신도 되고 합체도 되고 소리도 나는 로봇들은 "아니, 쟤들 뭔데? 왜 준돌이들이 우리랑 안 놀고 저 새로 온 작은 녀석들하고 노는 거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깨달았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에 반응한다.
아이들에게 같이 계란 프라이를 하자며 [계란 깨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대단한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혹은 [주걱이나 국자를 꺼내 주며 싸움 놀이하자]라는 것이나, [짐 정리하면서 나오는 버릴 옷이나 가방, 천 쪼가리를 가지고 놀라]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 물건이나 장난감이 [비싸거나], [멋지거나]하는 것은 어른들의 필터링되어있는 개념이고, 아이들에게는 [그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지겹고 심심한 상황에서는 그저 새롭기만 하다면 그 무엇이든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할 코로나 블루 해결책을 공유하고자 한다.
(위험요소를 제외하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 안 되는 것들, 아이들이 지금까지 가지고 놀지 않았던 것들을 아이들 손에 쥐어준다.
조금 부서져도 되고 더러워져도 하등 상관없는 물건이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냥 어떻게 놀든 알아서 하게 두고, 뭔가 상황극이 시작되면 맞장구를 좀 쳐주면 그다음은 아이들이 알아서 진행해 나갈 테니까.
혹은 아이들이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었던 것, 예를 들면 집안일 중에서 간단한 요리나 청소를 같이 해보는 것이다. 계란 프라이도 같이 해보고, 청소기도 돌려보고, 전동드릴로 나사도 박아보고, 샤워기로 화장실 청소(겸 물놀이)도 시켜보고, 세탁바구니에 빨래 던져서 넣기 놀이도 하고 말이다.
사실, 우리가 일이라고 규정짓고 하니까 [일]이 되는 것이고, 운동과 일과 놀이는 [신체를 사용한다]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경계가 모호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번쩍번쩍하고 비싸고 깨끗한 것 아니더라도, 그저 새로운 무언가를 아이들 손에 쥐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