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부터 둘째 아이가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사실, 정확히 원인이 밝혀지거나 학명이 설정된 병은 아닙니다. 희귀병인지 불치병인지 알 수 없으나 저와 아내는 하루하루 지쳐갑니다.
아이는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혹은 수 백 번씩 안된다고 말합니다.
"안대 안대 안대 안대-" "시-러-""안 할 거-야-"
진짜 어떻게 이렇게 말을 안들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하게 말을 안 듣습니다. 청개구리라 이렇게 말을 안 들었을까요. 병원에 가도 진단받을 수 없는 이 병. 제가 [안대 안대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영어로는 [Andeande syndrom]이 되겠네요.
진짜, 화 안내기로 마음먹은 지 이 주가 되었는데 한 번씩 콱콱 올라오는 화를 눌러 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꿀밤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심지어는 지가 좋아하는 과자나 반찬도 먹으라고 하면 안 먹고 "안대 안대 안-대"를 남발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당연히 본인이 별로 안 좋아하는 야채 반찬이나 양치질 같은 것들은 정말 뭐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지요.
뭐가 그렇게 안된다는 것일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려 합니다.
아이의 모습을 한 걸음 물러서서 관찰해보니, 아이는 '정말 싫은 경우'에도 '안된다'라고 말하지만, 그중에 반 이상은 '장난치는 듯 한 모습'으로 '안된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충분히 말기를 알아듣고 부모의 말을 거의 다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혹은 평상시에는 잘하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안된다'라고 말합니다.
이 병의 원인이 단순하지 않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아이는 단순히 '싫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질병의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는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본인의 '안된다'는 표현으로 인해 부모가 당황해하거나 짜증 나는 상황, 화나는 상황을 연출하고, 그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못하며 부들부들하는 부모(특히 아빠)의 모습이 재미있나 봅니다.
아이들은 시간이나 규율에 쫓기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장난에 정도도 없고 타이밍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22시가 되었을 때 부모는 '어떻게든 빨리 이를 닦게 하고 재워야지'라고 생각하는 반면, 아이는 일정한 패턴대로 움직여야 하는 제약도, 내일 할 일도 없는 상황에서 '이 닦아'라는 부모의 말은 '장난의 단초'를 제공할 뿐인 것입니다.
언제나 더 놀고 싶은 아이는 부모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껏해야 꾸지람 좀 듣는 '배수의 진'을 치고서는 "자 어때, 한 번 놀아볼 테야?" 하는 식으로 '안된다'라는 작은 공을 쏘아 올리는 것입니다. 여기에 저는 계속 말려드는 것이고요.
제가 파악한 두 번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모에게서 배운 태도입니다. 따지고 보면 아이에게 '안된다'라고 말하는 횟수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실제로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 부모는 '안된다'라고 말합니다.
"준돌아, 식탁 위에 올라가면 안 된다"
"준돌아, 밥 먹다가 누워있으면 안 된다"
"준돌아, 장난감 입에 넣으면 안 된다"
"준돌아, 바지 벗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
"준돌아, 손에 묻은 거 옷에 닦으면 안 된다"
"준돌아, 형 머리 잡아당기면 안 된다"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야, 안된다고!"
실제로 왜 안되는지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왜 안되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지 않은 상태로 '안된다'라는 기관총을 발사합니다.
[다다다 다다 안된다다다다다 안된다 안된다 다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로서, 부모의 행동을 되 받아치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 앞에서 찬 물도 마시지 말라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하는 것은 무엇이든 따라 하니까요. 가치 판단이야 나중에 하더라도, 부모의 행동 따라 하는 것이 일종의 룰이고 가장 쉽게 요령을 터득하는 방법이니까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요.
아이는 그렇게 '외부적', '환경적' 요인에 따라 '안대 안대 증후군'에 걸렸던 것입니다. 이 병이 언제 어떻게 호전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니, 첫째도 얼마 간 걸렸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둘째는 장기간 투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녁 식탁 머리에서 지가 좋아하는 반찬을 앞에 두고도 "시-러~ 안 먹을 거--야"라고 하는 녀석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이런 둘째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꿀밤을 때리고 싶은 마음은 저리 가고 귀엽고 가엽다는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 저 어린것이 지금껏 들은 말의 상당 부분이 '안된다'는 말이었을 것이니까요. 그러다가도 또다시 꿀밤을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만일 이게 장난이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