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질받아 마땅한 놈

받은 만큼 돌려준 그

by 아빠 민구




아내는 내가 둘째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한다고 이야기한다. 기준을 첫째와 같은 수준으로 잡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인가 보다


둘째의 식탁예절, 손 씻기, 이 닦기, 정리하기 등등 모든 행동을 첫째 아이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가 난다.


한때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다짐은 가을바람에 잎 떨어지듯 무너져버렸다.


어제 아이들을 재우려 자리를 피고 누웠는데, 둘째의 부주의로 첫째의 입술이 터졌다. 피가 나왔다. 나는 둘째를 밀치고 손가락을 펴 둘째를 지적했다.


"너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 형 또 다쳤잖아!"


실수로 그랬을 텐데- 얼굴을 붉히고 손가락질하는 내 모습에 둘째 아이는 속상하고 무서웠는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울고 싶은지 화내고 싶은지 정확히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곧 달래서 품에 안고 재웠지만, 자기 전에 서로의 기분을 망쳐놓은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뭐 되돌려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린 잠들었다.




아침. 출근을 위해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있었다. 내 기척에 잠이 깼는지 둘째 아이가 눈도 못 뜨고 화장실로 비틀비틀 걸어왔다.


처음엔 소변이 마려운가 보다- 싶었는데, 둘째 아이는 자기 전에 혼날 때 그 표정과 그 목소리 그대로 나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발음이 무뎌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나를 나무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에게 몇 번이고 손가락질을 하던 둘째 아이는, 엄마품으로 가서 안겼고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니 기분이 영- 아니었다. 잠들기 전 손가락질받은 둘째의 기분이 영- 아니었을 것 같았다고 생각됐다.


피 터진 첫째 아이도, 손가락질받고 혼난 둘째 아이도, 출근 전부터 뿌린 대로 거둔 나도 모두 상처뿐이었다. 으휴-


손가락질을 하면 그게 이렇게도 돌아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작은 녀석이 뭘 알고 이해한다고- 그 실수 하나 참지 못하고 손가락질 한 나에게 스스로 다시 한번 손가락질해본다.


난, 손가락질받아 마땅한 놈이다.


나에게 주는 셀프 메시지.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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