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는 '군인'이 되겠다는 장래희망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연상에 보조개 있는 여자'라는 이상형이었다.
그리고 스물여덟의 뜨거운 계절에 누나를 만났다.
당시에는 춘천 소재 대학교 학군단에서 훈육관을 하고 있었다.
옆 학교 훈육관은 육사 선배였는데, 어느 날 물었다.
"야, 너 내 처제 만나볼래?"
그리고 난 즉각 만치로 대답했다. "네"
자세한 이야기는 그 누나와 연락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본인이 [연상에 보조개]가 있는 여자라고 했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고 이미 마음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그렇게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학군단 후보생들의 하계훈련 기간이었기 때문에, 평일에는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주말에만 [그 누나]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처음 만나고 난 후 그다음 주말이 되었을 때 나는 누나에게 부끄럼 흘려가며 "사귀자"라고 고백했고, 다시 한 주가 흘렀을 때 불나방처럼 "결혼하자"라며달려들었다.
6개월도 안 되는 연애기간에 비해서 우리는 삐걱거림 없이 순탄하게 6년째 항해 중이다.
서로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부분 중, 우선은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은 모든 것의 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우리 둘을 조합하는 어떤 요인이 있었다.
내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늘 남들 앞에 서서 말을 해야 하고 주도해야 하고 지휘해야 하는 입장에 있었던 나는, 어딘지 모를 허전함과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때문에 '근무 중' 상태에서 벗어나 퇴근을 하고 나면 어딘가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늘 연상의 어떤 여자를 꿈꾸던 중 아내를 만나 한 방에 훅 빠져버린 것이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아내의 경우에는 "절대로 연하를 만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찰나의 '이상한' 순간에 나에게 빠져버렸다고 한다.희한하게도 내가 용산가족공원에서 강아지풀을 뜯으러 달려가는 뒷모습에서 알 수 없는 '애처로움'과 '연민'을 느끼며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한다.
우리 둘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볼수록 [연상연하] 커플에서 상호에게 느끼는 감정은 흡사 자식과 엄마 사이에서 느끼는 모성애와 보호본능 같은 어떤 묘한 포인트를 건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내 삶에 누나]들이란 존재는 각각 미치는 영향력은 다를지언정 '엄마'의 이미지를 가지고 내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남자들이 어리다'라고들 하는데, 부모로 부터 독립한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신연령'과 '모성본능'을 가지고 있는 여자를 찾는 것은 아닐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연하의 남자가 연상의 여자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하고 모성본능을자극할 때, 연상의 여자가 남자가 연하이더라도 외적으로 의지할 수 있고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둘의 니즈(needs)가 일치하며 교류전원이 켜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본다면, 맞벌이 부모님과 터울 큰 누나에게서 만족감을 느낄 만큼의 충분한 감정적 충전을 받지 못한 내가 어려서부터 '연상에 보조개 있는 여자'를 이상형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늘 완충되지 않았던 감정의 컨테이너는 비로소 아내를 만나고 나서야 충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늘 어두운 표정과 눈빛과 말투로 일관되었었는데 아내가 나를 완전히 바꿔놓았었다. 내 않에 채워지지 않은 감정에너지가 아내로부터 채워지고 난 다음에서야 표정이 밝아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었다.
이 번에 '누나'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첫 번째 누나(친누나)와 두 번째 누나(아내)를 순차적으로 소재삼아 글을 써보니, 이제야 나에 대한 이해가 좀 생겼다. [연상의 여자]라는 존재가 [독립한 남자]에게 그런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그런 생각? 그리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아내가 확실히 채워주고 있는 존재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