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가 되기 위한 4년의 수련과정과 장교로서 만 9년이란 시간을 거치며, 일만 시간도 넘는 직업적 경험을 통해, 판단할 때는 '적시적으로 하는 게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대체로 옳다'라는 결론에 닿았다. 적시적인 판단은 이따금씩 틀리기도 하고, 그 정도가 심각하게 나쁠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나름 괜찮은 수익률이 좋다.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택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고, 수적으로나 양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도 역전이 가능하다. 독일의 전격전과 같이 상대에게 심리적 마비를 줄 수도 있고 여차하면 돌아나갈 회전반경도 확보할 수 있다. (거기에 후회하지 않는 천성까지 곁들이면 인생 살기 참 쉬워진다.)
적시적인 일정 수준 이상의 판단은 개인과 조직의 압력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도구다. 반대로 말하자면 판단의 지체는 소화불량이나 변비처럼 업무의 유연한 플로우를 저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교가 해야 할 일은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다. 다 맞을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옳은 판단들을 이어 붙여 결국은 고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장교란 이런 직업이다.
부하들과 삽질도 하고 공도 차고 총도 쏘지만, 그 근본적 존재가치는 '판단'을 할 때 빛이 난다. 그리고 그 판단은 평상시에는 작은 진폭의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고, 전장에서는 부하들의 목숨과 나라의 존망을 좌우할 것이다.
그중에서 적시적인 판단, 그것은 금광에서 집만큼 돌을 캐내고 수 없이 많은 과정을 거쳐 극 소량 얻어지는 정금과도 같은 것.
어려서부터 꿈꾸던 장교가 되어 재밌게 즐기다 보니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참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가치 있는 것은 '판단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