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밤을 꼽빡 새워 책을 읽었다. (무려 23시부터 06시까지!!)
567페이지의 얇지 않은 책이었는데, 읽을수록 눈이 계속 침침해져(늙었나) 무려 7시간이나 걸려 읽었다. (눈 부비는데 한 시간은 쓴 듯)
너무 몰입한 나머지 마지막 페이지에서 주인공이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질 때는, 정말 "내가 어디 있는 거지?"라며 방황할 뻔했다.
중학교 1학년 땐가, 좋아하던 여자아이의 권유로 처음 읽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된 번역본이었다. 나에게 책을 소개해 준 그 여자아이는 이 책을 계속 반복해서 읽곤 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소설 속 인물인 '나오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었다.
재미가 있는 책이다.
책이라고 해봤자, 맨날 군사교범이나, 미래나 트렌드에 관한 책이나, 과학기술에 대한 책이나, 어학공부 책만 읽으면서 감성이라곤 누룽지 긁듯 빡빡 긁어 내 던져놨었는데
오랜만에 문학작품을 읽으니, 게다가 그게 노르웨이의 숲이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처럼 뭔가 차가운 비가 마음을 적셨다.
참 잘 쓰인 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장면을 상상하고 음악을 상상하고 냄새를 상상하게 되는 묘한 책이다.
물론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먹먹하고 뒷목이 뻐근하지만 - 밤을 새워서 뻐근한 건가 - 잘 쓰인 책인 것은 분명하다.
상실의 시대로 출간됐었던 예전 버전과 중간중간 비교를 하면서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출간된 [노르웨이의 숲]이 각 인물의 특성이나 분위기를 더 잘 살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용이야 거의 같지만, 말투나 어순을 묘하게 새로 조합해놓은 것들을 되짚어가며 새로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다른 번역본들을 읽어보는 게 비교를 통해 원작자의 의도를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노르웨이의 숲]을 포함해 모든 외인들의 서적을 원어로 읽어보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뭐, 여하튼 -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대작가에 비교를 (하면 안 되겠지만) 해보니, 내가 지금 브런치에서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글들을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래도 되는 건가.
"브런치를 닫아야 하나" 생각하게 해 준 새로운 계기였다. (안 닫을 꺼지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