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가 뜨면,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 밤새 젖병을 모두 사용했기 때문에 쌓여있는 젖병들부터 씻어야 한다. 쌓여있는 그것들을 보면서, 지난밤도 고생했다고 우리 스스로를 격려해본다.
젖을 먹이며 쌓여가는 젖병을 보면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이뤄나가는 것만 같다. 아가들을 먹이고 돌보는 그 시간들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탑을 쌓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젖을 먹이고 또 젖병을 씻어나간지 벌써 5주가 되었다.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동안 우리의 모든 시간과 노력과 정성으로 돌본 쌍둥이들이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겉으로만 봐도 확실히 많이 자란 것 같다. 어리숙하고 흐릿했던 표정은 사라지고 꽤나 또렷한 표정으로 팔다리를 휘젓고 있다. 아직 본인이 원하는 동작으로 움직이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녀석들 예정일보다 한 달 일찍 꺼내느라 2.7킬로였는데, 얼마나 자랐을까. 아이를 안고 체중계에 올라보았다. 우리 몸무게에서 내 몸무게를 빼니, 쌍둥이들은 각각 4.5 킬로로 똑같은 몸무게였다.
역시나 많이 자랐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말이다. 아내와 나의 정성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아이들을 키워내고 있었다. 마치 탑을 쌓아가는 것 같은 이 노력들이 언젠가는 아이들을 어린이로, 청소년으로 길러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내가 이렇게 자라서 공부도 하고 밥벌이도 하고 나라도 지키고 하는 것이 다 부모님의 정성으로 쌓은 하나의 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도를 따져보려고 잠시 고민했으나,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자원이 들었는지 상상이쉽지 않아 이내 헤아리기를 포기했다.
이젠 우리도 그렇게 나의 노력과 너의 노력을 한 단 한 단 쌓아서, 이 아이들을 또 소중하고 멋지게 길러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래 걸리겠지만, 쉽지 않겠지만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지-
쌓여있는 젖병을 보면서 또 한 가지 떠오른 장면이 있었다. 한 번에 두 개의 젖병을 쌓아나가는 아내의 모습이었다. 실제로는 양 손에 권총을 잡고 총을 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쌍권총처럼.
요즘 심심치 않게 이런 쌍권총 쏘는 아내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처음에는 이마에 땀을 삐질 흘리면서 고전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이제는 다소 여유가 생겼는지, 아님 요령이 생겼는지 "내가 좀 도와줄까?"라는 말에 "아냐~"라고 답하는 아내 모습을 본다.
어제도, 퇴근을 해서 집에 들어갔는데 아내가 쌍권총을 쏘고 있었다. 쌍둥이들이라 그런지 바이오리듬도 비슷해서- 늘 비슷하게 먹고 비슷하게 싼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쌍권총 쏠 일도 생기고 참 쉽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