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첫째, 둘째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너무 예민하고 잠도 못 자고 많이 울어서 쉽지 않게 키웠었다. 주변에 보면 100일의 기적이네 뭐네 하면서 아이들이 잠도 잘 자고 잘 울지도 않고 그렇던데-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한숨만 쉬었었다.
아이들이 예민한 이유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으나, 결론적으로는 아빠인 내가 예민하기 때문에 그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나는 아직까지 하룻밤을 쭉 이어서 자지 못하고 한 시간 내지 두 시간마다 깼다가 다시 잠들곤 하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 때는, 우리가 서툴기도 했고 예민하기도 예민해서 그런지 밤새도록 울거나 자주 깼었다. 심지어는 안아서 재우다가 내려놓으려고 생각만 해도 아이가 깨버리곤 했었다. 등 센서가 있어서 내려놓으면 깬다는 아이들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텔레파시 센서까지 장착하고 있을 줄이야.
그렇게 악전고투하며 첫째, 둘째를 키웠던 터라 이번에도 각오는 좀 하고 있었다. 쌍둥이들이 동시에 울거나 하면 순간 정신줄을 놓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고작해야 하루에 한 번?이나 있을까 말까.
이유는 간단하다. 셋째 아이가 잘 울지 않는다. 울어도 아주 작게 울거나 잠깐만 운다. 얘는 신기하게 젖도 잘 먹고 배변도 늘 황금색이다. 트림도 금방 하고 내려놓으면 내려놓는 대로 잠도 잘 잔다. 자다가 깨면 또 혼자 놀기도 하고 옆에서 집안일하면서 큰소리가 나거나 넷째가 울어대도 지 잘길 잔다. 정말. 대- 단한 아이다.
내 자식들은 다 예민한 줄 알았는데, 넷을 낳아보니 이렇게 순하고 착한 아이도 태어나고 참. 별일도 다 있네- 싶다.반대로 말하면 넷째는 전형적인 민구의 자식답게 예민하고 사납고 엄살이 심하다. 불만 사항이 생기자마자 아주 크고 사납고 적극적으로 운다. 요구사항이 많으시다.
그래서 안고 있는 시간도, 놀아주는 시간도, 모유를 먹이는 기회도 넷째 딸이 더 많다. 똑같이 배가 고파도 울지 않고 기다리는 아기와 목이 찢어져라 울고 있는 아기 중에서 누굴 먹일지는 그리 어려운 선택이 아니다. 결국 거의 모든 경우에 우는 아가에게 기회가 더 많이 간다.
우리 불쌍한 셋째.. 그래서 셋째가 늘 안쓰럽고 고맙고 미안하다. 태어난 지 56초 만에 오빠가 되어서 그런지 벌써부터 의젓하고 대견하다. 지금도 내 배에 매달려 칭얼거리고 있는 넷째 딸과, 침대에서 혼자 잘도 주무시는 셋째 아들. 정말 아이들마다 타고난 기질이 너무 달라도 이렇게 다른가 싶다.
첫째 둘째 때 고생했던 건 우리가 '서툴러서'라기보다는 아빠의 기질을 잘도 물려받은 '타고난 기질'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반추해본다. 아내가 고생이지- 하필 예민하고 사납고 엄살 심한 남편하고 결혼을 해서 그런 자식들을 낳았고 키우느라 고생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