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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이 크다는 것

우리 집 바이브

by 아빠 민구




내 생각엔 다 컸는데 오늘도 재워달란다.


바짓가랑이를 붙잡아 끌며 같이 자자고 하는 첫째와 둘째에게, "야 이제 너희들끼리 알아서 잘 때도 됐잖아~"라고 말은 했으나 녀석들이 엉켜 붙는 게 싫지만은 않다.


애들 방 가운데 떡 하고 누우니 역시나 양쪽 겨드랑이로 파고들어 오는 녀석들. 살을 부비고 귀를 잡아당기고 시덥잖은 농담을 하면서 스르륵 깊은 밤을 준비한다.


양쪽으로 팔베개를 하고 끌어안으려 팔을 모으니 나의 손바닥에 어린것의 심장이 지근거리에 닿았는지, 작지만 선명한 박동이 느껴진다. 아이들은 잠이 들었는데, 팔닥팔닥 거리는 내 주먹보다 작은 심장들이 여전히 '잘 있다'라며 나를 안심시킨다.


손바닥을 타고 전해져 오는 그 소중한 느낌은 마치 내 모든 것을 주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그 어떤 것이라고 해도 좋다. 오늘도 무사히 마쳤구나- 하는 생각으로 잠든 아이들 옆에서 잠깐,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보니 박동은 울림이고, 울림은 파장인데 우리 집엔 여섯 개의 파장이 퍼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장은 고유의 주파수와 진폭을 가질 텐데 그럼 우리들의 파장은 서로 간섭하고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같은 파장, 같은 바이브라면 서로 보강 간섭으로 공명하며 힘을 증폭할 것이고- 다른 파장, 다른 바이브라면 서로 간섭하며 상쇄 혹은 소멸 간섭을 하겠구나- 라는 생각까지 미쳤다.


그 순간 이 새벽을 배경으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 같은 저릿함이 몰려왔다. 나의 바이브가 우리 여섯 식구의 바이브를 상쇄하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반성이 몰려왔다. 내 뜻대로 하려고 했던 소소한 건들이 스쳤고, 아내와 말 다퉜던 지난 며칠이 스쳤다.


가장으로서 나의 역할이 뼈 시리게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곱씹으며 우리들의 바이브로 거참 대단한 파장을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욕심도 내봤다. 우리 가족이 함께라면 정말 대단한 것들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마당에 애 넷을 돌보려니 정말 이만저만 지치고 부치기 일수지만, 뭔가 좋고 행복한 파장, 거-대한 바이브를 만들어서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잠든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집안일 마무리하면서 중간중간 쌍댕이들 젖먹이고 트림시키니 새벽 네 시가 다 되어간다. 이젠 자야겠다. 자기 전에 네 아이 심장이 얼마나 귀엽게 뛰고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고 자야겠다.


오늘 새벽, 우리 집 바이브.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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