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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은 트림, 하품

그리고 방귀

by 아빠 민구


자정깨 깬 넷째가 젖을 먹었다. 하염없이 등을 두드려도 기다리던 트림은 나오지 않았다. 녀석도 속이 불편한지 칭얼거리며 잠들지 못했다.


마침내 두 시가 넘어서야 트림이 나왔다. 순간, 훈육이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되든, 늦게 되든 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겠다.


트림을 하고 난 뒤에도 속이 편해진 녀석은 잠들지 않고 옹알이를 시작했다. 그렇게 어슴푸레한 조명 아래서 한 시간을 떠들던 녀석을 보며, 처음에는 이뻐서 리액션을 해줬는데 이내 피곤이 몰려왔다.


"세 시다 이제 좀 자자. 제발"


원성과 함께 하품을 한 입 물었다. 순간 나를 보던 막내도 하품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 순간 또 생각했다. 훈육이 이런 거구나-


부모 하는 것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데, 부모는 하지도 않으면서 말로만 가르칠 순 없는 노릇이다. 하품처럼 보여만 줘도 알아서들 하겠거니- 생각하며 친한 동기가 떠올랐다.


평생도 그래 왔고, 평소엔 책도 안 보는데 아이들이 자라니 아이들 앞에서만이라도 책을 읽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보여줘야 자신과 다르게 책을 읽는 아이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 정성이었다.


그렇게 연신 번갈아가며 랩 배틀 하는 것처럼 하품을 주고받고 있는데, 이제는 녀석이 연속으로 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동시에 앙앙 울어재낀다.


소화 다 됐으니 또 채우라는 소리였다. 다시 젖을 먹이니 그제야 잠이 든다. . 좀 있으면 셋째 깰 시간이다.


사실 오늘 다른 주제로 글을 쓰고 자려고 했는데, 결국 트림 하품 방귀 이야기라니.. 졸리니 우선 자야겠다. 글 쓰느라 소중한 잠시간을 십 분이나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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