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세 시간씩 자는 기간이 삼 주를 넘어가고 있다. 눈은 퀭-하고 정신은 멍하다. 약간 우울해질 것도 같고 몸도 축축 처진다. 그래도 나는 낮엔 일하러 가니까 좀 낫지- 하는 생각에 아내가 걱정이다.
금요일이 되면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집에 박혀 네 아이를 하루 종일 돌봐야 하는 '주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큰 애들은 큰 애들대로 나가 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집이라고 해봤자 온갖 살림으로 꽉 들어찬 좁은 공간일 뿐이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아내나- 나나- 마찬가지로 쉼 없이 이어지는 육아와 가사의 보이지 않는 창살 속에서 60시간 정도를 보내야 한다. 그 어려움과 고됨이 작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 하니 이것 참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불태우며 도대체 몇 번의 기저귀 갈이와 몇 번의 빨래와, 설거지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하다 보면 헷갈린다. 방금 전에 내가 이걸 했었나- 안 했었나- 하고 말이다. 잠결에 몽롱- 한 상태로 아이들을 보는 것도 곤욕이다. 젖병을 제대로 물리지 않고 콧구멍에다 갖다 대고 있는가 하면 거의 흘러내릴 듯 아이를 안고 있어 떨어뜨릴 위험도 있었다.
지지고 볶는 금토일요일은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다.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축축 처지고 근육은 빠지고 배는 나온다. 주말 동안 일 년은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은 많은 기대와 희망에 찬 시간이다. 몇 시간만 지나면 월요일의 해가 뜰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한 시간 한 시간 밤을 지새운다.
아침만 되면, 첫째 둘째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갈 것이다. 아침만 되면, 산후도우미께서 오시니 아내가 좀 쉴 수 있을 것이다. 아침만 되면, 나도 출근해서 육아에서 몇 시간 벗어나 있을 것이다. 아침만 되면.
고대하던 아침이 밝으면 두 눈은 너무 낡아 교체해야 할 것처럼 잘 떠지지도 않고 퀭-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서둘러 아이들 등원 준비를 시키고 틈틈이 나도 출근 준비를 한다.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서니 밀려있던 한숨이 길게 빠져나온다. 이제 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