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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머리에 대한 감사

인간의 머리는 왜 둥근 것인가

by 아빠 민구


머리가 둥글다. 아니, 얼굴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두개골의 특정 부분이 둥글게 되어있다. 아이의 작은 머리통이 풍선 불듯 부풀어 예쁜 구형이 만들어진다면 참 쉽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인간의 머리는 어디 매달려있지도 둥둥 떠있지도 않다.


지구는 무겁고 또 돈다. 중력과 원심력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우리를 잡아당긴다. 인간의 머리는 그래서 둥글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머리를 한 번 만져본 후 충분히 둥글다면 부모님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


특히 예전의 부모님 시대에는 짱구베개도 없었을 텐데, 자식의 머리를 둥글게 만들어주시려 얼마나 노력하셨을까- 하고 한숨을 푹- 내쉬게 되었다. 이 쌍둥이 자식들이 조리원에서부터 굳어진 습관으로 계속해서 오른쪽으로만 고개를 돌려 누워있다.


아마 이 작은 생명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으로 한쪽만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는지. 틈만 나면 반대로 돌려놓지만 돌아서면 다시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 자연히 이 녀석들의 머리는 비대칭 납작이가 되어가고 있다.


중력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디 매달리거나 둥둥 떠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계속해서 안고 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물에다 띄워 놓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두 가지 모두 계속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둘이 동시에 나서 자라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안아줄 수 없는 시간엔 지 편한 방향으로 고개하고 누워있게 마련이다. 찌그러진 머리통을 보고 있자 하면 인상이 찌푸려진다. 어쩌면 좋을까.


정말 다시 한번 자신의 뒤통수를 만져보고 충분히 둥글다면 부모님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 아니, 대칭적으로 납작하거나 혹은 둥글지 않아도 감사드려야 한다.


대칭적으로 납작하다는 것은 유아기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기는 했으나 그래도 왼쪽 오른쪽 돌려가며 균형을 잡아주시려 밤잠 설치며 노력하셨다는 유산이다. 둥글지 않더라도 감사드려야 하는 것은 그 둥글지 않은 머리를 보며 충분히 속상한 시간을 보내셨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찌그러진 머리를 만져보며 부모님을 원망하기에 앞서, 분명 본인의 고집으로 한쪽만을 바라보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결론적으로 둥근 해골과 납작한 해골과 비뚤어진 해골을 막론하고 부모님께 감사해야 한다. 물론 둥글다면 한 번 더 감사해야 하는 것이고.


아무튼 이 작고 귀여운 두 생명체는 오늘도 우향 우, 오른쪽만을 바라보고 있다. 둥근 머리로 키워내야 할 텐데. 오늘도 속이 탄다.



계속 이렇게 엎어놔야 겠어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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