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합계출산율 4.0

사실, 현재 진행형

by 아빠 민구


KakaoTalk_20210831_110745108_01.jpg
KakaoTalk_20210831_110745108_04.jpg
쌍댕이들


작년 이맘때 즘 이던가

아내는 다음 달에 애를 갖게 되면 출산예정일 기준으로 '노산'이 된다고 했다. 은근 나를 부추기는 것 같았다. 아내는 그 달로 셋째를 임신했다. 테스트기에는 두 줄이 선명했다. 우리는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축하와 격려를 받았다.


벌써 세 번째인지라 조급하게 병원을 찾지는 않았다. 내가 당직근무를 선 다음 날, 근무 취침을 생략하고 함께 병원을 찾았다. 아내도 나도 큰 조바심이나 걱정은 없었다. 이미 수도 없이 드나들어봤던 산부인과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지난 한 달여간 '혹시 쌍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근거도, 가족력도, 요령도 없었다. 그냥 막연히 떠올랐던 생각이었다.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쌍둥이인 것 같아. 혹시 쌍둥이 아닐까?"

"에이 무슨"


그 대화가 시작되고 몇 초 뒤 진료가 호출되었다. 의사 선생님의 의례적인 몇 마디 문진 후 초음파를 보러 들어갔다.


"남편분은 잠시 뒤에 준비되면 들어오세요"


'이제 들어오세요'라는 말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내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어, 이거 쌍둥이네~!!"

"어머!! 어머 어머!! 어떡해!! 선생님!!"


놀란 음성을 쫓아 들어가 초음파를 확인해보니 검은색 초음파 화면에 하얀 아기집이 두 개. 쌍두이었다. 놀라움과 그에 비례한 충격에 사로잡혀 집에 오는 길, 부모님들께 연락을 드리니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아내의 배는 터질 듯 부풀어 지금껏 보지 못한 만만삭을 이루었고, 예정일보다 한 달여 이른 어느 날 쌍둥이들이 태어났다. 이로서 시대와 유행을 역행하는 네 자녀의 아버지가 되었다.


심지어 막내는 세 명의 남아에 이은 금쪽같은 딸이었다. 자식농사라는 분야에서 만족스러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들아들아들, 딸! 이라니.






요즘 합계출산율 뉴스가 아주 이슈 중에 이슈다. 인구 절벽과 그로 인해 예견되는 수많은 사회문제들이 앞다투어 다뤄지고 있다. 시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서울시의 합계출산율 0.7 정도, 라 전체로 봐서도 재작년 기준 0.9명 수준이다. 사망률이 출산율을 앞질렀고, 이대로라면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시대에 출산율 4.0이라니.


방금 전에도 아이들이 잘 자는지 확인하고는 아내에게 말했다.


"네 명 다 잘 자고 있어"


그 말을 뱉어 놓고는 아직도 적응이 안돼 우리 같이 킥킥- 웃었다. 집에 애가 넷이라니. 남들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며 Industry 4.0을 외치는 시대에 평균에 8배 수준의 자녀를 낳아놓고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과 부담감이 좌우 어깨를 들었다 누른다.


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만 육성할 것이 아니라, 네 자녀 우리 집도 집중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나라에 사람이 없어지고 있는 이때, 예쁘고(주관적) 똑똑한 (아마도?) 내 자식을 네 명이나 낳았으니 말이다. 이 좋은 걸 나라에서 지원도 잘해주어야 다른 사람들도 부족함 없이 잘 크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아, 아이 낳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물론, 개인적으로는 남모를 부담감에 담이 걸릴 지경이다. 첫째를 낳은 6년 전에서부터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각종 학위에 자격증에 체력단련에 여가생활과 봉사활동까지 그야말로 하나의 완전한 '성체'로서 개인의 발전과 국가, 사회 영달에 기여하고 있는데, 나는 항상 아이들을 돌보고 있으니 말이다.


동료들은 맞벌이든 외벌이든, 딩크족이든 싱글이든 열심히 모아 집도 사고 차도 바꾸고 하고 있는데, 식구(食口)가 여섯인 우리 집 곡간이 풍족할 리 없다. 그렇게 사 모은 동료들의 아파트는 3억짜리가 9억이 되는 기염을 토하며 자산의 격차는 천양지차가 되어간다.


뭐 사실 아이들이 재산이라고 치면 3억 아파트가 9억이 되는 것과, 우리 둘이 만나 여섯이 되는 것 모두 수익률은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로 쓰리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어찌 됐든 남들보다 배는 열심히 살아서 가족을 부양해야겠다는 책임감은 나날이 곱해지고 더해진다.






육아-가사에 손발이 묶여 특별히 뭔가를 할 수 없는 가운데 유일한 탈출구는 '글쓰기'였다. 쌍둥이 출생 이후 더할 나위 없이 바쁘고 피곤한 가운데서도 육아일기는 꼭 남겨서 아이들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일념으로 점심시간과 잠을 줄여 짬짬이 글을 써 모았다.


출산 직전의 상황부터, 뭔가 급격히 무너진 일상의 밸런스가 다시 평형을 찾아가고 있을 때쯤 보니 벌써 글이 좀 모였다. 해서 브런치 북을 하나 낼까 하고 생각한 제목이 '합계출산율 4.0'이다.


사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여성의 평생 출산 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4.0은 '완성형' 아닌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내가 보면 한 대 때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상식적이고 도의적으로 쌍둥이 출생 이후에 비뇨기과에 전화해서 더 이상의 행복플러스는 차단하려고 '예약'까지 했으나, 어찌 된 연유인지 그때마다 정관수술을 종용하던 아내의 마음이 돌변하여 예약을 취소하기까지 했다. 앞에 군 병원에서도 수술해준다고 했지만 아내는 또다시 만류했다,


때문에 이 육아일기 브런치 북이 '합계출산율 4.0'에서 끝날지 더 연재가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 됐든, 쌍댕이들이 우리와 함께한 지 100일이 된 것을 기념하여, 한 매듭지으며 브런치 북을 발행한다.


아무쪼록 불철주야 육아 가사에 전념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동생들에 밀려 지들끼리 노는 시간이 늘고 있는 첫째, 둘째,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하루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셋째, 넷째에게 이 책을 바친다.


[합계출산율 4.0] 이제 시작합니다.


KakaoTalk_20210831_110745108_02.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