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강골이 이기는 했다. 아내 말이다. (나 말고)
연애시절에도 나는 늘 잔병치레가 있었고, 아내는 어지간해선 끄떡없었다.
5개월뿐인 연애기간 중 한 번은 설악산엘 올랐는데, 어찌 된 일인지 평소 특별히 운동도 안 하는 아내가 나보다 더 수월하게 오르기도 했다.
결혼 이후 계속되는 출산-육아-가사로 운동을 할 시간은 없었으나 타고난 강골은 강골이었다. 타고난 것에 더해, 이제는 관록의 산모가 되어 만삭의 몸을 이끌고 많은 것들을 소화하고 있다.
이미 쌍둥이를 합쳐 5킬로에 육박하기 때문에 단태아 기준으로는 만삭을 넘어섰고, 배는 고전적인 표현으로는 '남산'만 해졌다. 배를 보고 있으면, 저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솟아오른다.
아내는 하지만 무엇이든 한다. 낮에는 쉬지 않고 청소와 네 명분의 빨래, 저녁 준비를 해 놓고- 그 사이사이를 비집고 매일의 스케줄표는 꽉꽉 들어차 있다. 플룻을 배우고, 성경공부를 하고, 동료들 아내를 만나고, 당근 마켓으로 육아용품을 사다 나른다. 어찌 보면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나 보다 더 바쁘고 분주한 것 같다.
사람들은 나의 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내가 모든 것을 다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아내가 아내의 몫을 다 하고 있다. 나는 칼퇴를 하고 난 뒤에 가정에 충실할 뿐이다.
아내는 그렇게 분주하게 매일매일을 보낸다. 그래서 매일 저녁 다리는 띵띵 붓고 피로감은 몰려온다. 분명 더 커질 것도 없는데, 매일 밤 배가 더 커지는지 끙끙 앓으며 잠을 잔다.
관록의 산모는, 그러면서도 첫째와 둘째를 챙기고- 내 식사와 건강을 챙겨준다. 뭐 예전 같았으면 12명씩 낳는 아낙들 사이에서 명함도 못 내밀 숫자지만, 2021년 현재 기준으로는 출산 육아계의 명장이고 용장이고 역전의 용사다.
자신의 젊음과 또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가족을 챙기는 만삭의 아내를 보며, 오늘도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샘 솟아오른다.
출산 D-9, 여보 파이팅. 아가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