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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Nov 21. 2022

네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렇게 또 변화의 고개를 넘는다


얼마 전엔 직속상관과 나의 보직이 바뀌었다.


화는 늘 있는 것이었지만, 언제나처럼 약간의 삐걱거림과 어버버함은 피해 갈 수 없었다.


언제가 가을과 겨울의 전이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겨울이 되었고. 내가 아직 어색하게 드나들고 있는 사무실에, 며칠 지나지 않아 부서원들이 바뀌었다.


나와 협업 관계에 있는 선후배들도 바뀌었다. 그리고 조만간 또 내가 알던 몇몇 사람들이 갈 것으로 예정되어있다. 아마 낙엽이 다 떨어지기 전일 것이다.


삶을 살아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직업군인의 삶에는- 특히 장교의 삶에는 변화가 넘쳐난다. 일 년마다 내 자리가 바뀌고, 나를 둘러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의 일정대로 오고 또 간다.


변화라는 것이 '그러려니'하는 것뿐이지-  자체가 적응되고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찌 됐든 또 이름을 외워야 하고, 또 일을 가르치거나 배워야 하고, 또 화장실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이 부서의 문화는 어떤지- 내가 회식을 열외 하고 집에 가겠다고 말해도 되는 분위기인지- 등등을 파악해야 한다.


새로 보직된 부서에서도 그랬다. 이미 수능란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이 판의 선수들이 여기저기 고여있었고, 그들과 함께라면 얼마간은 묻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내가 서툴러도 나를 커버해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늦게  바뀌었으면- 했다.


"네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 후임으로 오는 친구 완전 신참이잖아."라고 옆자리 후배에게 매일같이 말했지만 국방부의 시계를 멈출 수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보다 더 빠르게 그 친구의 보직이 이동되었다.


이제는 내 몫뿐만 아니라, 새로 바뀐 부서원의 업무까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 아직 나도 적응 중인데- 라는 응석을 받아줄 그 누구도 없었다. 며칠간은 정말 긴- 한숨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새어 나왔다.


어쩔 수 없이 더 일찍 출근해서 더 늦게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날들이 지속되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일은 물론이고 새로 바뀐 친구의 업무까지도 관리되지 않았다.


그렇게 지낸 약 2주 간의 시간을 통해 언제나처럼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이렇다. "이번에도 변화가 필요했구나(끄덕)"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시각에서 업무를 처리하면, 미숙함은 있지만 구태를 벗어낼 수 있다.


바뀌니까 보이는 것들이 나쁘지만은 않다.


이렇게 또, 변화의 고개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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