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 민구 Jan 31. 2023

바글바글 와글와글 우리집, 더는 안되겠다

우리 집 일상, 우리 집 이사.




고삐가 풀린 첫째(8세)와 둘째(7세)가 이제는 충만하게 자아가 자라나 자강두천 기싸움을 한다. 놀리고 때리고 도망가고 잡으러 가고 약 올리고 약 오르고 밀고 밀리고 오르고 내리며 하루 종일 왈가닥이다.

 

다행히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면 둘이 붙어있는 시간이 좀 줄어드니까 조용해지려나- 하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이제 겨우 첫걸음에 이어 말을 떼기 시작한 셋째와 넷째는 중대 고비인 18개월을 넘어가 햇수로 3살이 되었다.


형들을 따라다니며 온갖 사건과 사고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정도가 가히 어린이 급이다. 이 녀석들도 이젠 "나 머리가 커졌다고!"라고 말하는 듯, 모든 일에 참견하고 참여한다. 먹기는 또 얼마나 잘 먹는지, 좀 덜먹는 어른만큼 먹는다.


우리 여섯 식구가 만들어내는 엔트로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증가한다. 아내와 내가 하루 종일 치우고 정리하지만 언제 돌아보더라도 집안 꼴은 '장난이 아니다.' 아마 누가 보면 안 치웠다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기운이 쭉쭉 뻗치는 시간대에는 -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은 잔뜩 먹고 혈당이 증가했을 때 - 녀석들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소음과 진동으로 아랫집뿐만 아니라 윗집, 옆집까지 모두 미안할 지경이다.



이런 소음과 진동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안식이겠으나, 또 한편으로는 녀석들이 이렇게 활어처럼 펄떡거리는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최근에 독감이 한 바퀴 돌았는데, 열을 왕왕 내뿜으며 픽픽 쓰러져 있는 녀석들을 보니 '시끄러운 게 다행인' 상황이라고 생각되었다.


나야 이런 소란으로부터 벗어나기가 불가능하겠지만 - 혹시 내가 파병을 간다면 이런 소란으로부터 더 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이리라 - 주민들이야 말로 피해받으면 안 되는데 마음 한 편이 무겁다. 아무리 주의를 주고 줘도, 또 줘도 함껏 흥분한 아이들은 냉각수가 소용없는 후쿠시마 원전처럼 제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리하여 1층에 옆집하고 벽을 공유하지 않는 바깥쪽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지금보다 집도 1.5배 커지기도 하고 마당도 있는 집으로. 물론 그만한 대가를 - 월세 - 를 지불하게 되었지만. 미술학원+태권도 학원 정도 비용으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면 그 정도 값은 하는 것이 아닐까.

 


조용히 해라- 뛰지 말아라- 하는 잔소리가 멈추기까지 일주일.

결혼 8년 차, 8번째 이사까지 일주일.


마당에다 뭘 키우지(다음 편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난 땅이 꺼지는 줄 알았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