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군생활 10년과, 치열했던 임관 전 생도생활 4년. 묵묵하고 꾸준했던 재수 포함 4년의 수능 공부 기간.
이 기간을 거치면서 단 한 번도 할 일이 부족하거나 여유가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급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할 일은 더 많아졌고 그만큼 바쁘고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업무가 내려왔고, 심지어 정말 바빴을 때는 하루 1시간도 못 자가면서 전화 300통을 넘게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일했던 적도 있었다.
그 과정들을 거치며 나는 버티고 버티는 법,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 그 업무 속에 파묻히지 않으면서도 할 일을 다 해내고 성과를 인정받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첫 번째 단계가 ‘우선순위 정하기’이다. 그 어떤 일도 동일한 중요도를 가지고 있는 일은 없다. 반드시 조금이라도 더/덜 중요한 중량과 밀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 차이를 분간해내며 더 중요한 일을 앞에, 덜 중요한 일을 뒤쪽에 반복적으로 배열하는 작업이 우선순위 정하기이다.
우선순위를 정함으로써 항아리에 크기 순서대로 돌과 자갈과 모래와 먼지를 담아 나가듯, 내 안에 수용능력 범위 안에서 중요한 정도에 맞춰 일을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우선순위가 없으면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빼앗겨 정작 나중에 중요한 일은 하지 못하거나 쫓겨가며 해야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1 ~ N번까지 모든 일을 다 수행해 나가려고 했는데, 이것도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 당도하는 일 중에 상당 부분을 없애거나(무시하거나), 넘기거나,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지금은 Do-5 리스트라는 것을 개발해서 활용 중인데, 딱 하루에 반드시 해야 할 일 다섯 가지를 우선순위대로 1~5까지 번호를 부여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정말 잘 따져보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루에 필수적으로 하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5개만 정해서 반드시 시행하는 것이다.
다섯 개면 족하다. 그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만 제대로 해 놓고 퇴근해도 조직에 누를 끼치거나 책상이 빠져있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몰랐지?)
그래서 우선 이런 식으로 업무의 강도와 양을 줄여 놓으면 정확하게 해야 할 것에 집중하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고, 우리의 결정에 대한 어려움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결정 내려야 하는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메겨보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의 일들에 대해서만 오늘을 집중하자. 내일로 밀려난 그 우선순위 낮은 녀석들은 내일 하든 내일에 가서 또 다음으로 미루든, 아님 아예 안 해버리든 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니 결정에 장애와 업무의 홍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우선순위와 하루에 할 일의 양을 정해 놓고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