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않다. 모든 것을 잘하지도 못한다. 모든 임무를 수행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언제나 일은 쌓여있고, 먼저 자신을 해결해주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이런 경우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일 자체를 줄이거나, 없애거나, 위임하는 것 밖에는 없다. 물론 내가 직접 해야만 하는 일을 선별해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그 일을 제외하고는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유용한 것이 위임이다.
군에서는 ‘임무형 지휘’라고 한다. 반대되는 개념은 ‘통제형 지휘’인데, 이 통제형 지휘는 전통적으로 군에서 부대를 지휘하는 방법이었다. 어떤 임무가 있을 때 책임과 권한을 가진 사람(지휘관)이 하나하나 관여하고 제한하고 지시하면서 업무를 처리해가는 것이다.
통제형 지휘를 할 경우에는 비교적 더 경험이 많거나 판단능력이 높은 사람(아닌 경우도 있겠지만)이 중앙집권적으로 통제를 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좋고 실수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스’는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신출귀몰한 존재가 아닐뿐더러, 그의 시간은 다른 모두와 똑같이 24시간이다.
이쯤 설명했으면 통제형 지휘의 단점은 명확하다. 평상시나 업무과 과중하지 않을 경우, ‘보스’가 항상 좋은 컨디션으로 합리적 판단을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반대로 ‘임무형 지휘’는 ‘보스’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하위 권한자들이 능동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독일군에서 기원한 이 개념은, 통신이 두절된다거나 업무의 로드가 과중할 때 매우 효과적이다. 굳이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책임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상-하급 지휘관의 생각(전술관)이 일치해야만 의도한 대로 작전이 움직이겠지만, 그것만 해결된다면 각자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면서 더 많은 양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개념을 다시 일반적인 경우에 대입해보면, 자신에게 조직이 있다면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위임하고 소통하면서 자신의 업무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이를 통해 나 자신은 더 중요하고 필요한 일에 집중함으로써 업무 효율이나 집중도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중요한 것들을 내가 결단할 수 있는 준비시간과 집중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내 조직 구성원들에게 위임해서 그들이 고민하고 결단하게 해서 나의 결단 에너지를 최대한 소모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조직이 없어도 좋다. 인적 네트워크만 있으면 그만이다. 중요하지 않은 어떤 부분은 아내에게, 부모님께, 친구에게 결정을 위임하면 된다. 책임을 전가하고 의존하라는 이야기와는 구분된다.
전가하거나 의존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중요도가 낮거나 루틴 한 결정을 위임하는 것이다. “오늘 점심에 뭐 먹지?”가 아니라 “점심 메뉴는 맛에 대한 조예가 깊은 네가 하는 게 어때?”라는 식으로 접근해보자. 기분 나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