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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디쌤 조명국 May 31. 2016

[써먹는 심리학 17편] 불안할 땐 게임을 하자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에 관한 생각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오늘도 조금은 재밌는 제목으로 시작해 봅니다. 우리는 불안할 때 게임을 해야 합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천천히 밝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해하자


불안의 시대


두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툭하면 숨 막히고 눈앞이 캄캄" … 불안장애 환자 53만 명

 2011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 10명 중 6명은 직업에 관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한창 일하고 있는 30대가 가장 불안해하고, 월급쟁이들이 고용주보다 더 불안함을 느낍니다.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혹은 이 일을 못하게 되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불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정성이 높은 공적인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이죠. 


 다음 통계는 갈수록 늘어나는 불안장애 '환자'에 관한 통계입니다. 환자 수준의 불안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고 2016년 현재에는 최소 55만 명으로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두 통계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적지 않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JTBC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공부·취업·결혼·육아·승진·노후를 거치며 평생 스트레스 받는 사회가 원인이라고 합니다. 작년 여성 33만, 남성 20만 명이 진료를 받았으며, 퇴직 압박을 받는 시기인 50대 에서 11만 6138명이라는 최대의 수를 차지했습니다. 

 

 우리 인생은 '불안'의 시간이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교육을 받으며 시험을 못 칠까 두려워하며 불안감을 갖고(이로 인해 원하는 대학에 못 갈까 봐), 대학을 졸업해 취업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결혼을 제때 하지 못할까 하는 등의 두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겪어봤던 불안과 관련된 생각들입니다. 후의 것들은 앞으로 겪게 될 문제겠지요)


 모두가 다소간의 불안감을 갖고 살며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체계적 둔감법


 체계적 둔감법이란 Wolpe가 상호 제지 원리에 따라 주로 공포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제시한 행동치료법입니다. 공포와 불안을 일으키는 자극에서 이완상태를 끌어낸 다음 작성된 불안 위계에 따라 불안이나 공포 상태를 경험하게 하여 혐오 자극에 의해 유발된 불안 혹은 공포 자극의 영향을 감소 및 둔감시키는 방법을 말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체계적 둔감법 [體系的 鈍感法, systematic desensitization] (교육심리학 용어사전, 2000. 1. 10., 학지사)


 처음에는 낮은 단계의 불안 자극을 경험하고 이에 대한 영향력이 없음을 인지하며 이에 대해 조금씩 둔감화를 시키고, 그다음 단계의 불안 자극을 경험하면서 반복하여 최종적으로 불안을 일으키는 자극에 대해 무뎌지는 방법을 뜻합니다. 조금 어려운 설명이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불안 위계'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갖고 있는 공포를(불안을) 일으키는 대상이 거미라고 해보죠. 거미에 대한 불안 위계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거미가 나의 팔에 기어 다니는 것이고, 가장 낮은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은 거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체계적 둔감화는 거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 거미가 나의 팔에 기어 다니는 수준까지 단계를 거쳐 나의 두려움을 조금씩 없애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써먹자


 이제 게임을 합니다. 별안간 무슨 게임이냐 하실 분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불안하니 도피처로 게임을 하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하실 법합니다. 여기서 게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비디오 게임, 모바일 게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의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 생각은 저의 독창적인 생각은 아니고, 게임 디자이너인 제인 맥고니걸의 주장을 적용한 것이란 점을 미리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위 강연 "게임을 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의 일부분을 가져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그런 온라인 게임들, 특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정말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기꺼이 여러분을 믿고 세상을 구하는 임무를 함께 한다는 겁니다. 그 임무도 여러분의 게임 속 레벨에 딱 맞는 임무로 주어집니다. 가능한 것으로요. 이룰 수 없는 도전은 제시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능력보다 조금 높은 것이니 열심히 하긴 해야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미취업자는 없습니다. 손 놓고 앉아있을 수가 없죠. 거기에는 언제나 명확하고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협력자들이 있죠. 어디를 가든, 수십만의 사람들이 여러분의 웅대한 임무를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실제 세계에선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죠. 수많은 협력자와 즉시 만날 수 있다니요. 또 거기에는 웅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우리가 무엇을 왜 하는지 영감을 주죠. 그리고 모든 것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레벨업이나 능력치 향상은 들어봤을 겁니다. 현실에선 이런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없죠. 제가 이 무대를 잘 마무리한다고 해서, 발표력이 1 상승한다던가, 미친 아이디어가 20 상승하진 않죠. 실제 삶에서는 그런 피드백이 없습니다.


 게임 세상은 어떤 '임무'를 부여합니다. 레벨에 딱 맞는 임무를 줍니다. 해결 가능한 업무를 제공합니다. 이룰 수 없는 도전은 제시하지 않죠. 이 레벨은 유저가 적절한 몰입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로 제공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협력자가 있어 무엇을 왜 하는지 알려주며, 이에 대한 피드백이 '확실'합니다. 


 제인 맥고니걸이 이야기했듯, 실제 삶에서는 이러한 게임 속 현실들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확실히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벨 = 불안 위계


 저는 게임의 레벨이 체계적 둔감법의 '불안 위계'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면 체계적 둔감법을 통해 낮은 단계의 불안부터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 적응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의 불안 자극을 버티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게임으로 치면 낮은 단계를 클리어한 후 향상된 능력치를 가지고 다음 단계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실은 게임이 되어야 한다.


 현실은 게임과 다르기 때문에 먼저, 게임처럼 만들어야 합니다. 공부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부가 게임에서의 미션이라고 하면, 이 것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줄 것입니다. 그리고 낮은 단계의 미션부터 제공하겠죠. 그러나 왜도 어떻게도 낮은 미션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혹은 도움을 통해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게 우선이 됩니다.


왜? 


 때때로 우리는 '왜'에 대한 답도 없이 공부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왜 수학을, 왜 영어를 해야 하는지 모르죠. 내 입장에서 공부는 왜 필요한가? 만약 이 왜에 대한 답을 확신할 수 있다면 우리는 게임을 일단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스스로 성찰하며, 많은 경험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주어진 게임을 <이를 테면 국영수> 왜 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면, 다른 게임을<프로그래밍> 찾는 것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사실 왜에 대한 확신이 되어 있다면, 이 어떻게를 찾는 것도 조금 수월합니다. 위에서 만약 '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미드를 더 재밌게 즐기고 싶어서'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어떻게는' 당연히 미드를 보면서 미드와 관련된 표현들을 외우면서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공부라고 한정할 때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과 서적들이 많이 나와있으므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점은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죠. 그러나 여러 시도를 통해 적절한 방법을 찾기만 하면, 미션을 해결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적절한 수준의 미션


 현실과 게임이 다르며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바로 적절한 난이도의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수준을 적절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본인이 현재 고3이라고 해도, 초등학교 수준의 영어가 난이도에 맞다면 초등학교 수준의 영어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난이도가 높은 게임을 할 때에는 곧바로 실패하고, 좌절하며, 재도전의 의지를 잃게 됩니다. 반대로 너무 낮은 난이도가 있는 게임을 하면 지루함에 빠지겠죠. 

Figure 1: Flow, boredom, and anxiety as they relate to task difficulty and user skill level. Adapted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난이도에 맞는 수준의 공부를 통해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감을 조금씩 쌓아가면, 어느 순간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문제에도 더 이상 두려움을 갖지 않고 불안에 떨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불안은 낮은 단계의 불안에 대해서 적응하고 해결한 후에 다음 단계로 가며 결국 최종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현실의 불안 역시 이렇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의 불안은 그 원인이 복합적이고 제대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대한 불안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불안감을 갖지 않은 사람을 상상해보죠. 그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에 차 있고, 결과가 어떻든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사람이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성취해 온 '성공의 경험'이 쌓여서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으로 치면 낮은 단계의 미션들을 조금씩 해결해 나가면서 능력치(자신감, 실제 경험)를 얻고 계속 다음 단계로 넘어가며 조금씩 게임을 클리어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죠. 


 현실은 '왜' , '어떻게'. '적절한 난이도'를 제공해 주지 않습니다.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에 대한 충분한 고려 후에 게임에 임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에서 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조금씩 쌓아서 궁극적으로는 불안감을 일으키는 요소를 타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하자


우리가 하는 게임은 왜 재미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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