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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디쌤 조명국 Jul 05. 2016

[써먹는 심리학 22편] 누굴 위한 회식

회식이 잡혔다. 또..

 회식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대부분 '불편함'이라고 답을 하더군요. 제가 다녔던 회사는 회식을 거의 하지 않아서, 오히려 회식이 좀 필요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회식을 자주 '겪는' 사람들의 불편함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사실 회식만큼 표면적인 의미와 숨어있는 느낌이 다른 단어가 있을까 싶습니다. 회식의 본 목적은 단합과 친목, 사기 양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 많은 분들은 거의 모두가 인정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이 글의 제목인 '누굴 위한 회식'은 회식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로 정해 보았습니다. 회식을 할 때면 "하아.. 이거 누굴 위한 거야 도대체"라고 말을 하곤 하죠. 오늘은 누굴 위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어떤 심리학적인 이론들로 해석해 볼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해하자


회식은 왜 눈치 없이 열리는 걸까?


 회사는 권력관계가 드러나는 특수한 공간입니다. 이에 권력을 다룬 여러 가지 심리학 연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Galinsky와 동료들의 연구인 ' Power and Perspectives NotTaken'에 따르면 스스로가 권력을 갖고 있다고 인식(sense of power를 갖게 되면)하게 되면 공감능력과 타인의 관점이 되어 생각해보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과거에 이루어졌던 실험들(타인 중심적/개인 중심적 사고, 공감능력 파악 실험 등)을, high power 조건과 low power 조건으로 나누어 차이가 일어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이 연구의 몇 가지 실험 중에 '공감'능력과 관련된 실험 하나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실험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지는데요, 한 그룹은 high power 조건에 속하고, 다른 그룹은 low power 조건에 속합니다.


2. high power 조건은 타인에게 명령했던 경험을 기억해보라고 했고, low power 조건은 타인으로부터 명령받았던 경험을 기억해보라고 했습니다. 이는 잠시 권력을 가진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3. '공감'에 관한 연구는 여러 장의 표정 사진을 보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파악해보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 http://www.spring.org.uk/2015/06/this-facial-expression-appears-more-trustworthy-to-others.php

4. 연구결과 high power 조건의 사람들은 low power 조건의 사람들보다 표정을 보고 무슨 감정인지 파악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 내일 쉬는데 오늘 일 끝나고 고기나 먹으러 가지?"

→ '사람들의 표정이 썩는다' (아.. 약속 있는데)

→ (그들의 표정에 담긴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상사)

→ "다들 괜찮지?, 그래 오랜만에 회포 한 번 풀자고"


 비단 회식뿐만 아니라 권력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는 상사가 후임을 상대로 이기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을 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을 것입니다. 권력을 오랫동안 유지하면 할수록 이러한 공감능력 결여 및 타인 입장으로 생각하기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꼰대 마인드'의 상사가 되는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 내가 널 생각해서 그래 : 접근-회피 이론


 회식자리에서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상사는 후임을 옆자리에 앉혀 놓고 이러저러한 쓰잘 때 없는 이야기들을 시작합니다. 그 이야기의 시작은 '다 내가 널 생각해서 그래'라면서 과도한 친근감을 갖고 인생 전반에 관한 강의로 돌변하게 됩니다. 그들은 왜 이러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까요?


 권력의 접근-회피 이론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잠시나마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보상에 관해서는 접근하고자 하고 처벌로 인식되는 자극은 회피하려는 속성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이 속성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는데,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접근'에 관한 기능이 더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권력을 덜 갖고 있는 사람은 회피 및 억제 관련 기능이 더 많이 활성화되어 있는지는 아직 일관되어 있지 않다고 하네요.)

 권력을 가진 사람은 인관관계에서도 '접근'성향을 보이는데, 이는 상대방을 실제보다 더 가깝다고 느끼고 물리적으로도 더 가까이 접근하여 서거나 앉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회식은 권력관계가 명확하게 보이는 곳이라고 할 때에, 권력 감정을 기존보다 더 강하게 느끼게 되고 이때 상사는 실제로는 그다지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후임을 더 가깝다고 여기고 자신의 (스스로는 중요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정작 상대방은 상당히 부담스럽고 불편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는 자칫 잘못하면 위에서 말한 공감 결여와 함께 작용하여 성폭력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불필요한 입장으로 오래 살았고, 권력으로 인해 상대방에 대해서도 과하게 친근감을 느끼고 권력이 없으니 항거하지 못할 것이라는 나쁜 생각이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이는 남녀 불문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


확인 절차


 회식이 불편한 이유는 마음 편히 참석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점입니다. 이 회식이라는 것은 다들 아시다시피 업무의 연장선으로 활용되곤 하는데요. 회식이라는 표면적인 의미만 받아들이는 순간 상사의 눈밖에 나기 때문입니다. 그간 일 때문에 이야기 한 번 편하게 못했던 사람들과 친해지는 자리가 아니라, 다양한 테스트가 일어나는 장소로 변하게 됩니다.


 1. 권력 확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실제로 내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자 하는 감정을 갖게 됩니다. 일과시간의 회사생활에서는 업무적인 권력 이외에는 영향력을 확인할 수 없고, 그 범위도 일과 시간에는 한정적입니다. 본인이 사장이라고 해도 말단 직원에게까지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발휘하고 그것을 곧바로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주로 자신 밑의 몇 직급들을 대상으로만 영향력을 살짝 확인할 수 있지요. 반면 회식은 이러한 영향력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그럼으로써 내가 권력을 갖고 있음을 확실이 인지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합니다.


2. 존재감 확인


 회식은 중년 이상의 나이 때의 상사가 갖는 자존감 하락의 회복 도구로서도 활용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겪는 여러 가지 정서적 신체적 문제들은 다소간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회식이라는 시간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나의 영향력 아래에 있음을 '눈으로'확인할 수 있고 (자리 배치만으로도) 그들은 나의 이야기에 반기를 들지 않으며 나의 인생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음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3. 충성심 확인


 제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회식에는 술이 동반되고 이 술을 통해 일종의 충성심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합니다. 후임에게 술을 거나하게 먹인 뒤에, 조용히 귀에 대고 "요즘 힘든 일 없어?" 등의 이야기를 슬슬 시작하는 것이지요. 이에 낚인 후임들이 실제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일이 너무 과중되어 있고, 불합리한 업무 프로세스가 힘들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술에 취한 척했던 기억력이 뛰어난 상사는 다음날부터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돌아가는 시스템임을 알게 된 후임은 더 이상 속에 있는 말을 하지 않게 되고, 회식은 더더욱 불편한 자리로 자리매김합니다. 업무의 연장선. 멘탈 야근 업무가 시작된 것입니다.


누굴 위한 회식? 상사만을 위한 것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회식은 상사를 위한 것입니다. 친구들에게 회식의 장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단 하나 있는데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음'이라고 답해 주었습니다. 이 말은 애초의 회식의 목적인 '단합과 친목, 사기 고양'은 회식에서 얻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써먹자


공감에 대한 경각심 갖기


 실제로 단합과 친목, 사기 고양을 목적으로 하고 싶은 상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식이라는 특성상 후임들은 상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회사의 분위기가 상하관계가 명확한 곳일수록 더더욱 이러한 목적은 달성 불가능합니다. 정말로 후임과 친해지고 싶다면,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간적인 교류를 위한 능력을 공감 능력이라고 할 때, 이러한 공감능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공감능력은 '근육'처럼 쓰지 않으면 약해지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중년의 상사는 권력 감정으로 인해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시기상 새로운 사람과 교류할 때에 먼저 손을 내미는 입장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인간관계의 '근육'이 많이 손상된 상태라는 점이죠. 상사는 회식 자리에서 후임들과 친해져 보려고 '노력' 했을지 모르겠으나, 이는 곧 실패로 돌아가고 자신의 이야기만 진부하게 털어놓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 께서는 회사 내에서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던 적이 언제인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내 위주'로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실은 소외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그저 꼰대 상사로서만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원했던 상사의 이미지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실제로 오과장 같은 사람일까?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지 못하는 이유는 일단, 그렇게 하려고 안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는 다소간의 인지적인 에너지가 들기 마련이고, 다른 많은 곳에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에너지 투입을 등한시하여 공감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남을 통해서가 아니라 나를 통해서 확인할 것


 대한민국은 자존감 결여 국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들어 이 생각은 더더욱 강해지고 있는데요. 회사 생활에서도 이 문제로 인해 병폐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확신'등이 명확하면 굳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회식은 이러한 도움을 '강제로' 동원해서 상사의 자존감을 일시적으로 채워주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하곤 합니다. 회식 속에서 상사는 '나는 여기서 영향력이 있는 것이 맞고, 나의 생각과 발언이 맞고, 너는 내 말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 영향력이라는 것은 회사를 떠나면 '0'일뿐이고, 나의 생각과 발언은 후임을 정말로 감복시키지 못합니다. (이를 스스로도 인지하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고 이를 '회식'의 형태로 채워보려고 하는 것이죠) 정말로 스스로가 괜찮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자유로울 수 있고, 일부러 신경 쓰지 않아도 주위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상대방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충성심은 개뿔


 우리나라는 '애사심', '회사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사와의 동일시를 하는 것도 같은데, 충성심을 갖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회사가 '좋은 회사'면 됩니다. 회사 내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회식에서 '너 이런 것도 버틸 만큼 내성이 강하냐'라고 테스트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버텨서 살아남은 것이 '능력'으로 치부되다 보니, 정말로 능력 있는 사람들이 위에 오르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회식은 계속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거쳐서 남는 것은 회사의 경쟁력 악화일 뿐입니다.


 이런 병폐를 놔두고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퇴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개인 스스로 상황을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병폐를 열심히 버텨서 되는 사람이 당신의 그 꼰대 상사일 수 있으니까요. 


질문하자


본 목적대로 흘러가는 회식을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요?


참고문헌

Galinsky et al. (2006). Power and Perspectives Not Taken, psychological science 17:1068-1074.

정은경,「당신은 권력자인가? 권력의 심리학」,『허핑턴포스트』, 2016.4.01. (http://www.huffingtonpost.kr/eunkyoung-chung/story_b_9580108.html)

Keltner, D., Gruenfeld, D. H, & Anderson, C. (2003). Power, approach, and inhibition. Psychological Review, 110, 265-284.

Smith, P. K., & Bargh, J. A. (2008). Nonconscious effects of power on basic approach and avoidance tendencies. Social Cognition, 26, 1-24.

손석한,「권력 끝에 서성이는 일그러진 성욕, 왜?」,『주간동아』, 2014.09.01. (http://weekly.donga.com/3/all/11/98056/1)

가이 윈치/임지원 역,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Emtional First Aid), 문학동네,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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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의 모토는 "자신을 아는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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