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의 행동을 판단할 때에 한쪽으로 치우치는 시각을 벗어나 보자.
오늘 다루고 싶은 주제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것입니다. 심리학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주 단순하지만 지속되고 있는 '사람을 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는데요. 이에 대해서 소개하고 써먹을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자연(유전자)과 양육(사회화)
오래전부터 우리들은 '이렇게 태어났는가?'와 '이렇게 길러졌는가?' 둘 사이에서 의문을 품어 왔습니다. 이에 대한 대략적인 결과는 2015년 5월 18일 '네이처 제네틱스' 저널에 올라온 'Meta-analysis of the heritability of human traits based on fifty years of twin studies' (50년간의 쌍둥이 연구에 기반한 인간의 특질 상속 가능성에 관한 메타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이 연구는 39개국에서 1450쌍 이상의 쌍둥이를 조사했고, 그 결과 우리가 가진 모든 특징은 '자연(유전자)'과 '양육(사회화)'의 영향 비율이 거의 동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특징들은 육체적 특징(체중, 키, 신진대사 등)과 심리적 특징(기질/성격, 지성, 불안이나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을 말합니다. 몇 가지는 유전적인 특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윗입술이 갈라진 선천성 기형은 98% 유전에 의한 것이며, 조울증의 위험성은 70%가 유전이라고 합니다.
2. 상황
'써먹는 심리학 1편 동조' (https://brunch.co.kr/@jmg5308/1) 에서도 밝혔듯이 사람의 행동은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상황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실험 하나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방관자 효과(傍觀者效果, bystander effect) 또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은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또는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가에 따라 판단하여 행동하는 현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대중적 무관심 또는 구경꾼 효과라고 하기도 합니다. (위키백과)
방관자 효과는 달리와 라테인의 실험(1968)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대학생들을 집단 토론을 실시한다는 명목으로 불러서, 각자 다른 방에 혼자 있게 하고, 마이크로폰과 헤드폰을 이용해서 대화하게 했다.
2. 대학생들 중에는 2명씩 대화하는 경우도 있었고 4명, 7명 이렇게 많은 수로 대화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3. 실험 도중, 한 사람이 갑자기 "머리가 아픕니다, 쓰러질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는 조용해졌는데, 그 사람은 사실 실험을 위해 미리 짠 조교였다.
4. 이때, 2명씩 1:1로 대화를 하고 있었던 학생은 85%가 즉시 나와서 사고가 났음을 알렸다. 그러나, 4명(조교 1명 포함)이 있던 경우는 62%가, 7명이 있던 경우는 31%만이 보고했다.
5. 보고를 안 했던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는데, "알려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몰랐지만 남들이 알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6. 이 실험에서 본 것과 같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룬다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책임 분산이라고 한다.
Lewin의 행동에 관한 방정식은 B = f(p, e)라고 합니다. 인간의 행동은 그 사람 자체의 특성과 더불어,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저는 이 환경을 다시 둘로 나누어 사회화와 상황으로 구분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해석하게 된 이유는 많은 사건에 대한 귀인을 한쪽으로 치우쳐서 생각하는 시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중독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게임 중독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현상에 대한 해석은 지나치게 '게임 자체'(특정 상황 한 가지)에 치중하는 경향이 큽니다. 게임을 규제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갖고 기사를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문제를 단순화하기 쉽고 다양한 알력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 대한 해석을 이렇게 하곤 합니다. 중독이 쉽게 되는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제대로 된 케어가 되지 않았고, 혹은 대안적인 활동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자라 왔으며, 중독이 일어날 당시에 부모님의 무관심 혹은 또래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상황들이 맞물려 중독 현상이 일어났다고 봅니다. 이 세 가지 요인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용되었다고 하면 중독현상이 안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이코패스
이번에는 사이코 패스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대부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 패스 등의 이름이 붙어버린 사건은 사건의 원인을 그 사람 개인에게 귀 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 사람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행동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사이코패스의 정의대로 '공감'을 못하도록 태어났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라는 동안 이 사람에 대한 케어를 전혀 해 주지 않았습니다. 공감을 못하더라도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교육을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정서적인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및 치료를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테지요)그러나 그러한 교육(사회화)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끝으로 상황은 이러한 위험한 사람이 사회에 나가서 범죄를 일으켜도 곧바로 제지할 수 없었던 치안 상황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경찰이 주변에 있거나 감시체계가 활발한 곳에서는 범죄를 일으키고자 하는 마음이 쉽게 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범죄의 사각지대가 분명히 있었고, 결국 범죄는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유전자, 사회화, 상황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합니다. B = f(p, s, s) 어떤 행위의 원인은 그 사람이 그렇게 태어난 이유도, 부모님의 이유도, 상황의 이유도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를 통해 균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이러한 균형적인 사고가 있어야, 게임 중독에서 게임만 규제하는데 열을 올리지 않고 부모교육 및 또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높여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으로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될 때에는 이 방정식을 떠올리세요. '나를' 위해서 저 사람을 이해하자는 겁니다. 컨트롤할 수는 없지만 이해라도 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스트레스는 경감되기 때문이죠. 개저씨 개부장의 저 인격모독적인 행동은 원래도 성격도 그렇고, 부장의 위치에 맞들 린지 오래며, 현재 기분이 더럽다는 상황이 겹쳐서 나온다는 것이죠.
+ 게임하니까 생각난 상황 오귀인
희대의 병맛 실험인 'MBC 뉴스데스크 PC방 게임 폭력성 실험'은 게임이라는 것(상황 A) 때문에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어 하는 뉴스입니다. 심지어 우리 학교 교수님이 뭐라 뭐라 덧붙이시는데... (뭔가 대신 죄송스러운)
당연히 게임이라는 상황보다는 게임을 갑자기 아무런 고지 없이 꺼버린 것(상황 B)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중년으로 구성된 축구 동호회를 가정해 봅시다. 한창 축구 경기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다른 운동 하는 사람들이 쳐들어와서 운동장을 못쓰게 한다고 하면 그 사람들이 이 영상의 아이들처럼 행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떤 복합적인 문제를 단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해서 불충분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참고문헌
Macrina Cooper-White,「Nature Or Nurture? The Long-Running Debate May Finally Be Settled」,『The Huffington Post』, 2015.05.20. (http://www.huffingtonpost.com/2015/05/20/nature-nurture-debate-settled_n_73141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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