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주: ‘고명’과 ‘고명딸’
요즘은 잘 안 쓰여서 잊히지고 있는 말 중에 ‘고명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아들만 있는 집에 태어난 외동딸을 일컫는 말입니다. 특히 여러 아들들 사이에서 유난히 귀여움을 받으며 자란 딸을 이렇게 이릅니다.
그 집 막내는 고명딸로 태어나 오빠들 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설령 품삯 대신 금지옥엽 고명딸을 주어 사위를 삼는다 해도 막무가내로 도리질만 하는 것이었다(윤흥길, 「완장」)
이 표현에서 ‘고명딸’은 단순히 외동딸이라는 의미를 넘어, 그 집안의 꽃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음식의 ‘고명’과의 연결
‘고명’은 ‘음식의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고 음식의 맛을 더하기 위하여 음식 위에 얹거나 뿌리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보통은 계란을 지져서 만든 지단이나 대추, 밤, 호도, 잣 등이 쓰이고, 생선을 찐 것에는 실고추를 얹어 색깔을 내기도 합니다.
이 고명과 ‘고명딸’이 어떤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즉, 형태적으로 완전히 같고, 의미적으로도 연관성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음식에서의 ‘고명’이 중심 재료를 돋보이게 하는 장식이라면, ‘고명딸’도 아들들 틈에서 돋보이는 존재라는 점에서 의미적 연결이 분명합니다.
‘고명딸’은 형태적으로는 ‘고명 + 딸’로 분석할 수 있는 합성어입니다. 이 합성어의 선행 요소인 ‘고명’이 바로 음식의 ‘고명’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니까, 음식을 만들 때 주재료 위에 고명을 얹어 예쁘게 장식하듯이, 시커먼 아들만 있는 집에 꽃장식처럼 예쁘게 ‘얹힌’ 딸이라는 뜻이라고 하겠습니다. ‘고명딸’은 ‘외동딸’을 음식에 빗대어 예쁘게 표현한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웃기’라는 말
참고로, ‘고명’과 유사한 말로 ‘웃기’가 있습니다. ‘웃기’는 떡, 포, 과일 등을 쌓은 위에 모양을 내기 위하여 얹는 재료를 말합니다.
산을 떡이라 하면 돌은 그 웃기요 물은 그 꿀이니…….(최남선, 「심춘순례」)
보시기 속의 보쌈김치는 마치 커다란 장미꽃 송이가 겹겹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갖가지 떡 위에 웃기로 얹은 주악은 딸아이가 수놓은 작은 염낭처럼 색스럽고 앙증맞았다.(박완서, 「미망」)
* 이미지 출처: 네이버 블로그, 하이유니별의 집밥 레시피 & 다이어트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