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미경 Oct 27. 2020

센스 있게 분위기를 잘 바꾸는
사람의 비밀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_13화

‘도구적 정서(instrumental emotion)’라는 게 있습니다. 도구적 정서는 정서 중심 치료(emotionally focused therapy)의 대표 주자인 레슬리 그린버그가 창안한 개념입니다. 도구적 정서라는 것은 목적한 바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정서를 말합니다. 주로 사회적 관계, 대인관계에서 사용되지요.   

  

예를 들어 잘못된 보고서를 쓴 직원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상사 앞에서 죄송함, 난처함, 곤란함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한 의견이 다른 사람과 기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엄청나게 분노하는 것처럼 연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표현하는 정서가 바로 도구적 정서입니다.‘감정을 연기한다’라고 표현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도구적 감정을 이용하는 상황은 주로 이렇습니다.     


 ‘지금 뭐라는 거야? 부장님은 계속 내 속을 긁는 말을 하고 있네. 진짜 화가 난다. 그래도 내가 불쾌해하는 표정을 짓거나 화를 낸다면 부장님은 더욱 화를 낼 것이고 결국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거야. 일단 정중하게 대하고, 부장님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반응해야겠다.’   

  

도구적 정서는 특히 감정 노동자들이 적극 활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도구적 정서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사회적 역할을 잘 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도구적 정서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느끼게 되고,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내가 남의 눈치를 보느라고 이런 연기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감정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가 이런 것이지요.     


사람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덕목 중 하나가 ‘진실성(authenticity)’입니다. 진실성은 가식이나 위선 없이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말하며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말합니다.


잘못된 보고서 앞에서 억지로 죄송한 척하는 것보다는 ‘아, 내가 이런 점이 부족했어. 이런 점은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고쳐야겠다’라는 태도를 가지게 되면 굳이 도구적 정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대에게 좋은 감정이 전달됩니다.      


놀랄 정도로 솔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살짝 거짓말을 해서 넘어가도 될 텐데, 당당하게 자신의 잘못을 말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진실성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고, 그렇게 성찰한 자신을 수용한다는 의미입니다. 궁극적으로 ‘나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솔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진실성은 대인관계에서 신뢰를 얻는 바탕이 됩니다.   

   

결국 우리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 불편한 관계, 고통스러운 상처에서 벗어나려 할 때 가장 필요한 방법이자 강력한 힘은 ‘진실성’을 갖는 것입니다. 그 위에서 도구적 정서를 적절히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전 12화 까칠하게 대하는 게 마냥 좋은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