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_14화
외로움은 참 묘합니다. 누구는 외로움을 잘 견디고, 누구는 너무 심하게 느낍니다. 사람을 만난다고 바로 해소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왜 외롭다고 느껴지는지 그 이유를 모를 때가 더 많습니다.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고, 심지어 가족과 함께 있을 때도 이런 기분이 듭니다. 외로움은 인간관계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누군가에게 집착하게 만들기도 하고, 이유 없이 화를 내게 만들기도 합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다가 엉뚱한 사고를 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무기력해지고 공허해지기도 합니다. 에너지가 낮아지고 일할 의욕이 떨어집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감정은 욕구에 대한 신호입니다. 외롭다는 감정이 든다면, 그건 나에게 어떤 욕구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친구와 수다를 떨고 싶다거나, 사랑받고 싶다거나 하는 등의 욕구이겠지요. 우리가 가진 다양한 욕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욕구가 지속적으로 충족되지 못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무기력입니다. 무기력과 비슷한 감정으로 공허함도 있지요. 외로움, 무기력, 공허함 등은 현대인들이 자주 느끼는 감정 중 하나입니다.
사실 외로움은 타인과 소통이 안 되어서 생기기도 하지만 자신과 소통이 안 될 때 많이 생깁니다.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맺음이 충족되지 않아 외로운 거지요. 나의 정서를 내가 잘 이해하고 표현하지 못할 때, 그래서 나 자신과 소통이 안 될 때 생깁니다.
쉽게 말해 혼자 잘 노는 사람, 사람들에게 자기 욕구를 잘 표현하는 사람, 그리고 자기 성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외로움을 잘 못 느낍니다. 이건 모두 자신과 소통하는 방법입니다. 반면 자신과의 소통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은 계속 타인을 지향하며 외롭다고 말합니다.
보통 외로움의 문제는 부부와 연인관계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감정의 소통을 기대하는데 충족이 안 되는 거죠. 직장 상사와는 감정이 안 통한다고 해도 외롭다고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외로움은 결국 내 기대 때문에 생겨난 것이고 냉정하게 말하면 나의 문제이지요.
아이들을 잘 살펴보면 혼자 놀더라도 옆에 보호자가 있기를 바랍니다. 같이 행동하지 않더라도, 누가 옆에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외로움을 잘 느끼는 아이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일정 정도의 외로움을 견디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마거릿 말러(Margaret Mahler)는 아이의 안정된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대상 항상성(object constancy)’이라는 개념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는 ‘어떤 상대’와 떨어지게 되어도, 항상 내 마음속에 그 상대가 온전하게 존재하는 느낌을 말합니다.
엄마가 내 옆에 없어도 그 존재를 느낄 수 있고,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친구와 논다고 해도 내 친구임에 틀림이 없고, 연인이 나와 함께 있지 않는 순간에도 오롯이 나를 사랑한다고 느끼는 그런 능력입니다.
대상 항상성이 강한 사람은 자율성이 높습니다. 자율성은 어른의 자존감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율성이 낮은 사람들은 연인을 사귀고, 주말마다 친구들을 만나 놀고 와도 외롭다고 합니다. “아무리 늦은 시간까지 데이트를 해도 집에 들어오면 외로워요.” 아직 아이처럼 물리적으로 옆에 누가 있지 않으면 외롭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서 찾습니다. ‘네가 충분히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서 그렇다’ ‘친구들이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비난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은 내가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과거 부모와의 관계에서 가지지 못했던 애착 욕구를 타인을 통해 풀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외로움, 공허함, 무기력 등의 감정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은 나에게 있고, 나는 이미 이것을 해결할 답을 갖고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외로움 때문에 엄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고, 잘못된 행동이나 말실수를 하지 않는 단단한 나를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