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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미경 Oct 27. 2020

나만의 고유한 감수성은 무엇일까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_15화

감정이 유난히 풍부한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은 그냥 넘어가는 일에 나는 툭하면 눈물이 터집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타고난 정서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 정서 또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자라면서 더 차분해지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더 활발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개념을 만들어갑니다. 이를 ‘자기 개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자기 개념이 실제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발표를 잘하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발표를 잘해서 박수를 받으면,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라는 자기 체험을 하게 됩니다. 자기 개념과 자기 체험이 일치하는 것이지요. 이럴 때는 긍정적인 정서가 발동합니다.     


‘나는 엄마가 사랑하는 아이다’라는 자기 개념이 있는 어린이가 아플 때 밤새워 곁을 지켜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우리 엄마가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구나’라는 포근하고 행복한 정서를 경험하게 됩니다.     

자기 개념과 자기 체험이 일치하는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자기 개념이 단단해진 사람들은 부정적인 자기 체험을 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발표를 못하거나, 엄마가 내 말을 무시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해도 자기 개념에 손상이 크게 가지는 않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발표를 평소 보다 못했구나’ ‘엄마가 오늘 바빠서 정신이 없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자기 개념이 튼튼하지 못한 사람이 부정적인 자기 체험을 하게 되면, 자기 개념을 수정하게 됩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발표를 잘 못할 거야. 발표뿐만 아니고 다른 일에서도 나는 무능력해. 나는 비호감이야. 내 성격이 이러니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성격의 문제라서 이건 고칠 수도 없을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내가 발표를 못한 것이 아니라고 상황 자체를 부정하기도 합니다. 자기 개념과 자기체험이 불일치하는 상황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 나는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이득이 걸린 일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

     - 나를 사랑한다던 엄마가 사소한 문제로 내 등짝을 세게 때렸다.

     - 내가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에 가니 중간도 못 가더라.   

  

자기 개념과 자기 체험이 통합되지 않으면 인간은 괴로워집니다. 불안해합니다. 그 불안으로부터 자기를 변호하고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향이 강해지면 우리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개념과 자기 체험을 일치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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