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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의 평안한 나날

하느님의 은총 아래,

by JM Lee

아내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나는 약간의 불안과 의심에 시달렸습니다. 시간이 변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속 막연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 조용히 나를 사랑해 주고, 한국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불안했던 것은 아내가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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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람들은 감정 표현에 서툴러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깊고 따뜻합니다. 매일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순간순간 속에 그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조용한 미소, 함께 밥을 나누는 손길, 그리고 내게 자리를 내주는 배려 속에서, 나는 깊은 감사와 편안함을 느낍니다.


태국의 생활은 한국보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불편 속에서도 기쁨을 찾습니다. 하느님이 내게 주신 이 환경에 감사합니다.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가는 일상조차 하느님의 뜻 아래에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익어가는 망고 열매처럼, 태국은 그 자체로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한 땅입니다. 계절 따라 풍성히 자라나는 식량과 따뜻한 햇살,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함이 저를 감싸줍니다.


어제는 태국의 대표적인 명절, 송끄란 축제를 함께했습니다. 거리는 물로 흠뻑 젖었고, 사람들은 신나게 먹고 마시고 떠들고 춤췄습니다.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한 해의 시작을 축복하는 그 모습은, 마치 세상 모든 걱정을 씻어내는 의식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들 사이에도 다툼과 시기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기에, 이제는 마음을 편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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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서 나대로 살아가려 합니다. 서로 다르지만 결국은 비슷한 삶의 모습 속에서, 그들과 어울려, 살아가려 합니다. 어디에 있든,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세상 모든 곳에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이곳 가족들과의 작별을 고하는 날입니다. 아내를 위해 여러 가지 물건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욕심이 없습니다. 그저 함께한 시간, 그리고 내 진심이면 충분하다는 듯 조용히 웃을 뿐입니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서 또 한 번 사랑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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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떠날 베트남 여행이 기대됩니다. 친절하고 충실한 베트남 사람들과 지내게 될 시간을 상상하니 설렘이 피어납니다. 여행은 항상 또 다른 시작이자, 삶의 선물 같은 시간입니다. 낯선 길 위에서 배우고, 느끼고,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도 나는 하느님의 은총을 찬양합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바랄 것도, 할 말도 없습니다. 이미 모든 것이 주어져 있음을 알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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