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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의 나무도 꽃을 피우려면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by JM Lee

태국에 머물면서 저는 늘 바나나가 열리고, 망고가 주렁주렁 열리는 장면을 상상했었습니다. 항상 여름 같고 따뜻한 그 나라에서는, 과일이 계절을 기다릴 필요 없이 늘 열려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망고도, 바나나도, 저마다의 때가 되어야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아무리 햇살이 풍부하고 비옥한 땅이라 해도, 식물들은 무작정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도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안에는 고요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존재했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함을 느꼈습니다. "항상 여름인데 왜 꽃이 피는 시기와 열매가 맺히는 시기가 따로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 문득 이런 깨달음에 이르렀습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려면, 식물에게도 '시련'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만약 늘 조건이 완벽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식물은 자라기만 할 뿐 굳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때로는 건기라는 갈증의 시기, 혹은 밤의 찬 공기와 같은 작은 불편이 식물의 영혼을 흔들고, 그 흔들림이 꽃을 피우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우기가 끝날 무렵, 망고나무는 꽃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그 꽃이 떨어진 자리마다 달콤한 열매가 맺혔습니다. 그 순환은 자연의 리듬에 따라 이어졌고, 인간이 보기에는 '항상 여름'처럼 보이는 그 기후 속에서도 식물은 자신만의 고요한 사계절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저는, 인간의 삶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더위 속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언뜻 보기에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은 늘 같은 환경 안에서 자란다고 해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마음의 건기가 찾아와야 했고, 때로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야 삶의 리듬이 흔들렸습니다.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성찰하고, 뿌리를 점검하며, 마침내 자신만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시련이 없다면 열매도 없었습니다.


시련은 단지 고통이 아니라, 열매를 맺기 위한 조건이자, 성숙을 위한 자극이었습니다. 꽃이 피는 나무를 보며 감탄하는 이들은 많지만, 그 꽃이 피기까지 기다리고 이겨낸 바람과 시간의 무게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시기를 살아가고 있든, 지금이 열매 없는 시기라 해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열대의 나무들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피어났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리라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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