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항 파업을 보며
베르디 측은 두 차례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측에서 적극적인 제안을 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파업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독일 내 공항 보안직원들의 근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공항 운영의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나는 이번 독일 파업 소식을 접하며 문득 2007년, 한국에서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이 제도를 검토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공항 운영이 파업으로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필수유지업무를 통해 최소한의 공항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마련했던 것이다.
한국은 현재 이 제도 덕분에 공항과 철도에서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완전히 기능이 중단되는 사례가 드물다. 이는 독일과 큰 차이점이다. 이번 독일의 파업 상황을 보며 한국의 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2010년 스페인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중 프랑스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의 기억도 떠올랐다. 그때 갑자기 프랑스의 고속열차인 TGV가 파업에 들어갔고, 좌석을 예약하고도 차량 운행이 줄어 가족과 함께 서서 긴 여행을 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느꼈던 당황스러움과 불편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유럽의 대표적인 허브 공항 중 하나다. 이번 독일 파업으로 유럽을 여행하는 수많은 관광객이 발이 묶였고, 항공편 연결이 연쇄적으로 취소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보며 다시금 노동자의 권리와 시민 불편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게 된다.
노동자의 권리와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예고 없이 이뤄지는 파업은 여행객들에게 큰 불편과 혼란을 가져온다. 이에 독일에서도 주요 인프라 시설의 갑작스러운 파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와 시민 편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이번 독일 공항 파업을 계기로 한국의 필수유지업무 제도와 같은 시스템이 국제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는지, 보다 깊은 논의와 연구가 요구된다. 여행길 위에서 맞닥뜨린 파업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이 문제의 균형점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