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보내는 신호, 그 조용한 경고
모든 사람은 건강하길 원합니다.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런 소망과는 다르게,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어느 날, 몸이 무너지듯 아프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뒤늦게 후회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요 며칠, 지독한 감기 몸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몸은 오들오들 떨리고, 식은땀이 흐르고, 밤새 1시간마다 깨어나 기침을 하고,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가고…
기침이 심해져 목은 간질간질하고, 너무 오래 기침을 하다 보니 가슴 근육까지 욱신거립니다.
온몸이 성한 데가 없습니다.
이렇게 몸이 아프니, 문득 깨닫게 됩니다.
‘내가 내 몸을 너무 몰아부쳤구나.’
우리 몸은 본래 완벽한 균형으로 태어납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우리는 교육, 문화, 사회적 기대, 생활 습관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불균형’을 습득합니다.
한쪽으로만 무게가 실리는 생각, 가공된 음식들, 나쁜 자세와 습관.
이런 것들이 서서히, 그리고 깊게 몸에 스며들고, 어느 순간 병이 되어 나타납니다.
문제는, 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무시한 채 지나간다는 점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숨 돌릴 틈도 없이 계속해서 일해 왔습니다.
‘노는 것은 죄악’이라는 근면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몸이 피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달렸습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몸이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제는 멈춰야 할 때’라고.
많은 사람들은 병을 단지 ‘불행한 사건’으로만 여깁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감기 몸살을 앓으며, 병이야말로 몸이 보내는 조용하고 분명한 경고라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정신력으로 버티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면, 몸은 언젠가 더 큰 병으로 반격할지도 모릅니다.
이 지독한 고통은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몸이 “이제는 그만 좀 해”라고 간절히 외치는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각자의 몸은 다르고,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과 한계도 다릅니다.
이 임계점을 넘기 전에 멈추는 것, 그게 지혜입니다.
중용(中庸)에 나오는 구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射有似於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활쏘기는 군자와 비슷하다. 과녁을 맞추지 못하면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우리는 흔히 외부 환경이나 타인의 탓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찰은 그 실패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것입니다.
병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이 아프면, 외부의 병원균을 탓할 수도 있지만
먼저 자신의 생활을, 습관을, 마음가짐을 돌아봐야 합니다.
조용히 누워 있는 이 시간,
그동안 무심코 흘려보냈던 내 몸의 신호,
억눌러 왔던 피로, 밀어냈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병은 그런 시간을 만들어 주는, 어떤 면에서는 자기 성찰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몸이 무겁고, 기침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이 시간을 통해 저는 더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병이 나았다고 해서 또다시 일에 몰입하지 않고,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귀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아프다는 것은,
몸이 내게 보내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너를 지키고 싶다”는 메시지입니다.
그 메시지를 더는 외면하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덧붙이며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몸이 아프신 분이 있다면
부디 그 아픔을 무조건 억지로 이겨내려 하지 마시고,
그 안에 담긴 당신 몸의 목소리를 잠시라도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그 안에 인생의 중요한 힌트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