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rshaller, 공항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큰 항공기를
그중에서도 비행기가 주기장에 정확히 접현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은 단순하면서도 아주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흔히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면 다 끝난 줄 안다.
그러나 비행기의 마지막 여정은 조용히, 천천히, 정확하게 이어진다.
그 길을 안내하는 이들이 있다. 항공기 유도원(Marshaller) 이다.
조종사는 거대한 조종실 안에서 주기장의 정밀한 상황을 모두 확인할 수 없다.
특히 대형 여객기의 경우 사각지대가 크다.
그래서 지상에서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주는 사람들, 항공기 유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은 비행기가 주기장에 접현할 때,
양손에 들고 있는 유도판(Paddle)이나 야광봉(Light Baton)을 이용해 정지, 좌·우 이동, 서행, 정렬 등
신호를 조종사에게 보내며 항공기를 정확한 위치로 이끈다.
그들의 손끝은 곧 조종사의 눈이다.
인천국제공항과 같은 대형공항에서는 **VDGS(Visual Docking Guidance System)**라는 자동 유도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센서와 디지털 시스템으로 항공기를 자동 유도하는 장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공항에서 마샬러는 존재한다.
특히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거나, 비가 오거나 안개가 짙은 날에는
마샬러의 수신호가 조종사에게 더 직관적이고 믿을 만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기계는 정해진 조건에 따라 움직이지만,
현장의 유도원은 사람의 눈으로 변수에 대응한다.
그래서 이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마샬러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보통 4인 1조로 구성되어,
양 날개 끝의 윙 가이드맨, 앞바퀴 정지선을 보는 라인 가이드, 그리고
가장 전면에서 신호를 보내는 메인 마샬러가 함께 작업한다.
비행기가 움직이는 도중에는 사소한 장애물 하나도 치명적일 수 있기에,
모두가 주변을 예의주시하며 조종사와 함께 항공기의 움직임을 함께 완성해나간다.
정지선에 항공기의 앞바퀴가 정확히 멈췄을 때, 마샬러는 정중하게 경례를 한다.
그 한 장면은 수많은 항공기 착륙의 끝을 장식하는, 작지만 묵직한 장면이다.
항공기 유도원이 되기 위해 특별한 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상조업사 소속 직원으로 일정 교육과 훈련과정을 거쳐야 하며, 수신호 숙련도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야간, 우천, 악천후 속에서도 손짓 하나로 조종사의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비는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유도판, 방음 헤드셋, 고시인성 조끼, 야간 라이트 장비, 기상 보호 복장 등
현장의 환경은 체력과 집중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 시인성이 좋은 신호 동작을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
✔ 작은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집중력을 가진 사람
✔ 팀워크를 중시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손끝 하나로 거대한 항공기의 흐름을 바꾼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공항은 점점 자동화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시스템도 사람의 경험과 감각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한다.
특히 공항 현장처럼 변화가 많고 변수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샬러의 존재는 기계의 보완재가 아니라,
기계 위에 놓인 신뢰의 마지막 손길이다.
여행을 떠나는 날, 창밖에 비행기가 들어오고
그 앞에서 유도판을 흔드는 마샬러의 모습이 보인다면
잠시 그들의 손짓을 바라보자.
그 손짓 하나에도 수십 명의 여객, 수백 톤의 항공기,
그리고 수많은 연결된 작업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조용한 조율자다.
그리고 오늘도,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큰 비행기를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