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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린맘 Oct 20. 2020

비지니스 책, 육아 지침서로 읽자!

Who moved my Cheese?에 대한 생각



미국이란 나라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산후조리원은 생각할 수도 없는 환경이었고,  

(산후조리원이란 게 근처에 있지도 않았거든요) 

문화 자체가 그런 문화가 아니다보니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고 나서 이틀밤을 병원에서 자고 퇴원을 했습니다.  


집에 오면 편안할 줄 알았습니다. 


병원이 집같지 않고 불편했고, 

또 내가 낳은 아이와 미리 준비해 둔 아이 방에서  

꿈처럼 편안하게 생활을 할 수 있을거란 허망한 꿈을 꾸었더랬죠.  


거의 매일 한동안은  

아이를 봐주시는 분이 오셔서 오후 시간을 함께해주셨지만, 

밤만 되면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는 잠을 잘 안자고 보채서 남편과 둘이서 거의 좀비처럼 살았습니다. 


‘애는 잠만 자!’라고 얘기한 사람을 찾아가 따지고만 싶었어요.  


이렇게 힘든 줄 몰랐던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아이가 잠들고 나서 겨우겨우 아이 옆에서 쪽잠을 자야하는 밤이 두려웠습니다. 

다음 날 똑같은 일상을 살아내야한다는 사실이 매일밤 저를 짓눌렀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화를 내고,
아이에게 짜증을 부렸어요.
뒤돌아서면 후회할 말들과 행동을
그렇게 한동안 쏟아내야만 했던
부족하고 못난 애미가 바로 저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 여유란 것이 생겼을 때,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좀 더 아이를 이해하고, 

남편을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Who moved my cheese? 




'무슨 이런 비지니스,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을 아이와 남편을 이해하는데 써먹겠다는 거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실거에요. 



이 책에서는 4가지 유형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Sniff: 변화를 일찍 알아채는 유형
Scurry: 행동으로 서둘러 옮기는 유형
Hem: 변화를 두려워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거부하는 유형
Haw: 변화를 천천히 지각하면서 확인한 후에 천천히 행동으로 옮기는 유형 



저는 지극히 Scurry 형의 조급한 성격의 인간입니다. 

이에 반해 남편은 Haw형이고요.  


그렇다보니 제가 바라보는 남편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도 답답해보였고, 

매일같이 이거해라 저거해라 급하게 돌아서서 잔소리를 해대는 저를  

남편 역시 속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거에요.  

이런 아이는 아마도 어떤 유형에 해당한다고 정의내리기 보다는 

Hem에 가까운 타입으로 

자신이 있던 환경보다 낯선 곳을 두려워하고 거부하는게 익숙한 생명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른들도 하다못해 변화를 두려워하는데, 

어린 갓난 아이가, 토들러인 아이들이  

성숙하게 생각하고 변화를 받아들인다?  


정말 말이 안되는 이야기잖아요? 


그럼에도 애미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  

잠을 안잔다, 모유를 거부한다하면서 짜증을 내고, 


이제 막 어두컴컴한 엄마 뱃속을 나와  

생전 처음보는 집이란 환경에 적응한 아이에게  

뒤집기를 안한다, 더 안잔다고 푸념을 했습니다. 


13개월이 넘어도 걸음마 생각이 없던 아이를 데이케어에 보내놓고 안쓰럽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른 다른 아이들처럼 빨리 걸어야한다고 조바심을 냈습니다. 


적고 보니 정말 못나고 부족한 애미였네요 ㅠ.ㅠ 



“I guess we resist changing, because we’re afraid of change.” 

“내가 짐작하건데 우리는 변화에 저항하지. 왜냐면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거든.” 



어른도 두려운 변화. 

늘 어둡고 조용했던 엄마 뱃속에서 나와 모든게 새로웠던 아이. 

그 변화에 저항하는 게 당연했을진데도  

내가 힘들다고 아이를 원망했던 애미.  


반성하겠습니다! 




사실 이 책은 제가 Tuesdays with Morrie와 더불어 쉽게 읽힐 수 있는 원서 중 하나로 손꼽는 책입니다. 


게다가 내용도 너무 알차고 재미나서 술술 읽히지요. 

영어가 수준급이 아니여도 대부분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원서입니다.  


저는 저희 자매가 쓴 책 “나를 잃기 싫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에서도 고백했지만, 


"저는 육아서를 읽지 않습니다." 

발달 과정에 따라 무엇을 해야한다거나 이렇게 해야한다는 

"지침서도 안읽습니다." 


대신 저는 퀴리부인을 연거푸 읽었고,  

이 책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습니다. 

그리고 매 순간 마음을 다잡았죠. 


“Change Happens. 
Anticipate Change. 
Monitor Change. 
Adapt to Change Quickly. 
Change. 
Enjoy Change. 
Be Ready to Quickly Change Again and Again.” 


“변화가 일어납니다. 

변화를 예상합니다. 

변화를 모니터합니다. 

변화에 쉽게 적응합니다. 

변화를 맞이합니다. 

변화를 즐깁니다. 

쉽게 변화를 계속 계속 준비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계속해서 변화를 맞이하는 아가를 보며 

그 변화가 아이에게 있어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를 더 쉽고 일찍 깨달았다면 

매일 밤, 다음 날이 오는 게 엄청나게 두렵지는 않았을 거 같습니다. 


남편과 저의 성향이 이렇게 극도로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었다면, 

아이가 태어나고 한동안 매일같이 감정적인 싸움을 했던 부부사이는 

아이와 함께, 남편과 함께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들로 채워졌을 것만 같습니다.  


물론 지나고 나서의 후회이고, 감상적인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요즘은 다른 책들보다 ‘성경’을 많이 읽어요.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아이가 만4세, 한국 나이로 5살. 

하루에 수만번 ‘왜’를 울부짖고,  

거의 매일 '부모의 한계'를 시험해오는 아이에게  


웃으며 수만번씩 같은 대답을 해주는 앵무새가 되기. 


쥐콩알만한 저의 인내심의 한계를 매일같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늘려가기. 


그 시간들이 저를 엄마로 성숙시켜 가는 듯 합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육아란 아이를 키우기도 하지만, 엄마를 성숙시키기도 한다.” 


그 말이 딱 맞다고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변화무쌍한 것을 사랑했고, 

그 변화에 빠르게 반응해야만 했던 젊었던 나의 시절이 

아이와 함께한 4년동안 조금 더 느리게 바뀌어가고, 

내 마음대로 빠르게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더 Haw로 변화하고 있다보니 남편과는 점점 더 끈끈한 유대감으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이렇게 결론 내리려합니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아이가 처음 세상을 나와 맞이하게 되는 변화를 좀 더 이해하게 되는 책.

아이가 자라면서 맞이하는 변화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책.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


Who Moved My Cheese?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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