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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린맘 Oct 27. 2020

아이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어른을 위한 동화

The Little Prince를 원서로 읽다


10대를 돌아보면, 

저는 늘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은 ‘어른 흉내(?)’도 내어보고,  

가끔은 모범생에서 일탈도 한번씩 해가면서 

(야자 땡땡이같은?? ^^ 지극히 소소한?? ^^) 

별로 혼돈스럽지 않은 그런 사춘기를 겪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제게 찾아온 뒤늦은 사춘기는 유학을 오고 나서 시작되었어요. 


부모님과 떨어져 대학원으로 유학을 왔을 때, 

한참을 적응하지 못하고 

혼자 학교와 기숙사만을 오가는 좀비처럼 살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한동안 잘해야지~하는 의욕도 

간단하게는 성적을 잘 받겠다는 목표란 것도 없었던 거 같아요. 


그저 밤과 낮이 바뀌어서 힘들고, 

자려고 누우면 잠이 오지 않아 계속 생각이 꼬리를 물어 괴롭던 시절. 


짝사랑의 열병도 심하게 앓아봤고, 

내 마음대로 다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가당치 않았던 미래가 서서히 허물어지며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던 그런 날들이 한 몇 개월 지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바닥이란 바닥은 싹싹 긁어가며 치던 시절. 


그렇게 바닥을 치고 올라 온 후에는  

그동안 지내온 시간들을 따라잡느라 

정말 정신없이 학기말까지 달렸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그렇게 저는 ‘어른 흉내’를 내던 인간에서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Are you a grown-up or a little dreamer?” 

당신은 어른인가요, 아니면 꿈을 꾸는 사람인가요? 



어른이 되었단 것을 느꼈을 때 

제 꿈이 허망한 추상적인게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 되어 있었어요.  


초등학생 시절에는 누구나가 대통령, 과학자를 꿈꾸지만 

(요즘은 유투버가 1위라죠? ^^) 

나이가 들수록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꿈’ 



그 현실적인 꿈에서 

잠시 어린시절로 돌아가 몽상가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동화같은 책을 하나 오늘 소개해볼까합니다..  




Little Prince. 



이 책에서는 어른 (grown-up)을  


현실에 안주하고,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며, 
매일 피곤해하면서, 
꿈을 꾸지 않는 생명체 


이런 정의로 대부분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차근차근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게 됩니다. 



사실 결혼 후에는 더한 거 같아요. 

아이를 낳고 나서는 더더더하고요.  


하루하루 전쟁같은 일상을 살아내기에 바빠서  

나 스스로 생각하거나  

아이와 함께 꿀 수 있는 꿈들을 외면하게 됩니다.  



이 책을 다시 한번 읽고 

저는 세 가지 꿈을 꾸었습니다. 


한가지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하나 더 공부해서 가져보는 것. 

(여전히 코로나로 진행중이고요 ㅠ) 


다른 한가지는 아이와 함께 아이가 원하는 girls’ trip을 가는 것.  

(아이는 여자들끼리 울랄라 시티 (파리를 아이가 부르는 명칭) 로 여행을 가는 꿈을 꾸고 있어요 ^^) 


마지막은 남편과 함께 여전히 이른 은퇴(?)를 꿈꾸고 있고요. 

은퇴 후에는 캠핑카로 여기저기를 쏘다니면서 집시처럼 살아보는 것.  

(나이들어서 병날 수도 있겠지만, 즐거워서 더 건강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They are pursuing nothing at all,” said the switchman.
“They are asleep in there, or if they are not asleep they are yawning. Only the children are flattering their noses against the windowpanes.” 


"그들은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아.” 기차 교환원이 말했다. 

“그들은 거기서 잠을 자거나, 자지 않으면 하품을 하지. 

오로지 아이들만이 그들의 코를 창유리에 바짝 납작하게 대고 있을 뿐이야.” 



어른의 눈에 비친 세상은 단조롭고 익숙하죠. 

반면에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하나하나가 다 호기심 천국으로 변합니다. 


매일같이 저의 아이는 “why”와 “왜”를 수만번 말하곤 해요. 


그럴 때마다 애미와 애비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했던 말을 또 해주거나 

모르는 것을 찾아보고 알려줘야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함께 이런저런 것들을 궁리해가면서  

아이의 지적, 정서적 호기심을 풀어주어야만 합니다. 



얼마 전 아이가 혼자 놀고 있었고, 

저는 주방에서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사물함 통에서 “가위”와 “테입”을 꺼내더라고요. 


제가 물었어요. 


“채연아, 뭐하려고?” 


아니는 조금 겸연쩍게 웃더니  


“Nothing. Just experiment”라고 하더라고요.  


그런가보다 (워낙 이런 일들이 잦아서 ㅋ) 하고 

저는 제 할일을 했는데요, 

아이가 계속 징징거리며 화를 내고 결국에 폭발하더니  


“엄마, 제발 좀 도와주세요!”하며 저를 불렀어요.  


저는 무슨 일인가 하고 주방일을 정리하고 가봤습니다. 


아이가 있는 자리에 

테이프가 길게 잘라져있고,  

선풍기가 돌고 있었어요. 

군데 군데 블럭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뭐야?”하니까 


“터널을 만드는 중인데, 선풍기로 테이프를
동그랗게 만들어 지붕처럼 만들고 싶은데.. 자꾸만 쓰러지고 안돼요.” 


아이는 아치형 모양의 테입이 선풍기 바람으로 만들어질거라 생각했고, 

고정되면 그 위로 기차를 가지고 놀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웃기죠? 



어쩜 생각을 해도 테입으로 터널 지붕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어쩜 선풍기 바람으로 테입을 아치형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부모 눈에는 그저 아이의 시도들이 다 멋지게만 보이니까요 ^^) 


그 날 저희 부부는 아이를 크게 칭찬해주면서 

한편으로는 고정된 저희들의 상상력을 되씹어보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저와 남편의 눈에는 한없이 자연스러운 것들이 

딸 아이의 눈에는 늘 반짝 반짝 질문거리로 비춰지는 일상에 대해 

늘 가끔은 짜증을 냈었는데..  


문득  

'아이의 수만번 ‘왜’라는 대답을 다만 10번이라도 진심으로 대답해주어야만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What is the most important is invisible..”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을 꼽으라면 바로 위의 문장이 될텐데요- 


가장 중요한 것, 

사랑, 우정, 행복, 평온, 건강 등등은 눈에 보이지 않죠. 


그럼에도 우리는 늘 눈에 보이는 것들만 쫓으려고 합니다.  


제 아이는 오래된 양인형을 늘 가지고 다닙니다. 

한 4년된 인형이라서 그동안 빨기도 하고 하도 밖으로 가지고 다녀 너덜너덜하죠. 

새로운 인형과 비교해보면 양이 하얀 털이 아니라 검은 털을 가진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아이는 새로운 인형 (똑같이 생긴)이 아닌 자신의 ‘양양이’만을 껴안고 뽀뽀하고 예뻐합니다. 


그래서 오래된 아이니까 좋은가보다 했죠. 


얼마 전, 아이가 화장실에서 그래요.  


“엄마, 양양이는 털이 까맣지? 용용이 (새로운 인형)는 하얗고 예쁜데.. “ 


아이 눈에도 자신의 양인형은 까만 털에 숭숭 털까지 빠져서 안예뻐 보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권유했어요. 


“그러면 새로운 용용이를 양양이라고 생각하고 바꾸면 어때?” 


제 물음에 아이는 갸웃하며 자신의 양양이를 꼭 껴안더니 그럽니다.  


“엄마, 용용이는 용용이지, 양양이가 될 수 없어요.
양양이는 매일 나하고 말해요.
양양이는 내 소중한 베이비에요.”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아이를 향해  


“아니, 채연이가 양양이가 까만 털에 털도 없어서 안예쁘다고 하는 줄 엄마가 착각했어.”하니까 


“아니야. 양양이는 내 가장 소중한 친구야.
나는 양양이를 절대 버리지 않을거야.
너무 소중하니까.” 



저같으면 새로 엄마아빠가 사준 용용이를 양양이라고 최면을 걸고 가지고 다닐 거 같은데도 

여전히 아이는 까만털에 털이 숭숭 빠진 오래된 양인형을 꼭 껴안고 다니면서 놉니다.  



사랑스럽다고 하면서요.  


참 이해의 난이도가 최상입니다 ^^ 




 



너무나도 고전이면서 유명한 Little Prince. 


저는 이 책을 영어 원서로 다시 한번 읽을 때 정말 재밌게 읽었지만 

한편으로는 단어가 군데 군데 어려워서 좀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줄거리와 내용이었음에도 

색다른 언어로 다시 한번 읽게 되다보니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읽을 때의 그 느낌보다 

좀 더 의미와 깊이가 잘 전달되는 듯 느껴져서 감동적으로 읽었던 책입니다.  



요즘 아이에게 이 책을 조금씩 읽어주려고 시도해볼까하는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아직 만4세, 한국 나이로는 5세라서 이 책이 많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워낙 책을 좋아하는 아이고, 

또 어린왕자가 말하는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을 찬찬히 설명해줘가면서 

저 역시도 다시 한번 아이와 함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이와 함께 앞의 몇 장을 읽어봤습니다. 

이 그림을 보며 아이는 눈을 반짝여요. 


“이게 뭔 거 같아, 채연아?” 


“음.. 이건 뭔가 큰 뱀같아요. 근데 왜 안에 이상한게 들어있지?” 


고개를 갸웃하는 아이를 보며 크게 놀랐습니다. 


나는 아무리봐도 ‘모자’같은데  

너의 눈에는 이게 ‘뱀’으로 보이는구나. 


제가 두번째 그림을 보여주며, 

"어떤 아저씨가 어렸을 때 보아뱀이 코끼리를 꿀꺽 삼킨 그림을 그린거래.”하니까 

아이는 너무나도 좋아하다가 갑자기 우울해집니다. 


“엄마, 나는 왜 코끼리를 생각해내지 못했지? 너무 안타깝다”하며 아쉬워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오후 내내 저는 아이와 보아뱀에 대해 알아보고, 

보아뱀 놀이(?)를 하고, 

보아뱀 영상을 찾아보며  

꿈에 나올 것만 같은 보아뱀을 내내 봐야만 했습니다 ㅠ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가 이야기하고 느낀 점들을 가지고 

다시 한번 이 공간을 찾겠습니다. 


조금은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책. 


Little Prince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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