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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린맘 Oct 29. 2020

매일 자신의 인생을 운전하는 운전자로 아이를 키우려면?

Energy Bus 원서 속 이야기를 풀다


어른이 되었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가끔 문득 ‘내 인생은 어디를 향해 흘러가고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고, 

또 나름 잘 산다고 살아왔음에도, 

문득 문득 내가 어디쯤 얼마나 어떤 정류장들을 거치면서 살아왔을까  

생각하면서 되돌아보게 되지요.  



인간은 누구나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자신의 일과 생활에 익숙해지면 

'매너리즘'이란 덫에 쉽게 빠지는 듯 합니다. 


저 역시도 그렇고요. 


그 매너리즘에서 헤쳐 나올 수 있는 방법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리하겠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을 좀 더 으쌰으쌰하게 해주는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책으로 이번 Energy Bus를 추천해볼까 합니다. 




이 책은 회사에서도 되는 일이 없고, 

가정에서도 힘들기만 한 어떤 가장이 

에너지 버스란 것을 타게 되면서 

운전자가 툭툭 던지는 질문들에 고민하고  

좀 더 긍정적인 마인드들로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회사도 가정도 다시 좋은 방향으로 돌아선다는 아주 모범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You’re the Driver of your Bus.” 

당신은 당신 버스의 운전자입니다. 


아이가 이제 학교에 가면 선택의 순간이 올텐데요, 

어린 아이에게 어떤 선택을 내려야하는지를 가르쳐야하는 순간에 

이 이야기를 해주면 어떨까 싶어 저의 독서 노트에 적어둔 구절입니다. 



“채연아, 네가 네 선택과 인생에 있어 운전자라고 생각해봐. 
이 커다란 버스는 채연이 버스고.. 
엄마랑 아빠는 그 버스 안에서 자리에 앉아
채연이가 운전하는 곳으로 데려다주길 기다리며  
열심히 채연이가 운전하는 걸, 옆에서 묵묵히 그리고 조용히 응원할거야.” 



가끔은 아이의 운전대를 빼앗는 부모가 될 수도 있을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이 저를 혼내주었음 싶어요. 

가장 열렬한 감시자는 저의 여동생, 자매님이실 것 같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보수적인 분들이셔서, 

저와 자식들에게 거는 기대가 보통의 부모님들 이상으로 많으셨어요. 


아빠는 매일 아침 등교 시간과 야자가 끝나는 밤시간에 맞춰 

학교로 저를 데려다주시고, 데리러 오셨죠. 

(정말 부모가 된 지금도 아버지의 정성은 눈물이 나네요 ㅠ) 


그렇게 저를 비롯해 여동생까지 10년이 넘게 운전사 노릇을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빠의 말씀이라면 ‘MUST’로 생각하고 따랐던 시절이 있었고요. 
그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엇나가고 싶어도 매일 아침 피곤해하시는 아빠를 생각하면서 바로 잡았고, 

저의 성적표 앞에서 줄담배를 태우시는 아빠를 생각하면서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큰딸이다보니 부모님들께서 더 많이 저의 운전대를 잡아 이끄셨던 것 같습니다. 


문과와 이과를 놓고 결정할 때도, 

대학 과를 선택할 때도, 

저는 그분들이 원하는 인생을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교환학생/유학을 저 혼자 결정하면서

미국에 나와서 힘들어도 꿋꿋하게 살아가자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컴퓨터에 흥미가 있었고,  

공부도 꽤나 열심히 할 수 있었어서 지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방향과 전공과는 먼 삶을 살다보니, 

조금 더 일찍 지금의 일과 관련된 공부를 했더라면 

이렇게 멀리 돌아오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저의 여동생은 저를 본보기로 삼아 부모님께서 더 강하게 이끄셨던 것 같아요. 


제가 이과를 가고, 

전산학을 전공하다보니 

부모님들이 생각하시기에 자신들이 이끈 그 길이 좋아보이셨고  

여동생에게도 권유를 하시더라고요. 


다행히도 여동생은 저보다 더 공부를 잘했어서  

더 좋은 학교, 전산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열심히 프리랜서로 살며 좋아하는 글을 씁니다 ^^ 



부모님들이 이끄셨던 부분이 잘못되었다고는 결단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그 때 좀 더 운전대를 제가 잡을 수 있었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가지못한, 못해 본 길에 대한 미련(?)이 조금은 남았다랄까요..  



그래서 저는 아이의 꿈과 미래를  

늘 그저 응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보려고 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걸 하게 해주고, 
아이가 하고 싶은 걸 지지해주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누구나가 꿈꾸는 이상적인 부모겠지요? ^^) 





아이가 코로나로 프리스쿨에 다니지 않기로 결정한 후, 

홈스쿨링 팜플렛, 온라인 리서치만 몇 개월을 했던 애미였습니다.  

ABC 다 떼고, 책도 다 읽을 수 있게 한 후에 유치원에 보내야지~했습니다.  


(극성이죠, 극성 ㅋ) 


그러다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다 내려놓았습니다. 


아이의 호기심이 그날 그날 바뀌고, 

아이의 호기심을 더 살려주고, 그 방향으로 같이 고민하다보면 

하루가 금새 가고 서로 웃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괜히 ABC 쓰라고 엄포를 놓는 날이면 

저도 스트레스고, 아이도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렇게 지내도 아이는 어느새 


대문자/소문자까지 완벽하게 알파벳을 익히고 쓰고- 

숫자를 1-30까지 셀 줄 알며, 

매일 매일 다양한 동물들과 식물들,  

과학적인 이론들을 궁금해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어제 자매님에게 카톡으로 조카의 영상을 보냈습니다. 



자매님이 “대단하다”고 하시길래 

자신의 조카를 칭찬하는 줄 알았는데, 

저를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저의 자매님은 칭찬을 많이 하지 않으십니다. 가족에겐 더 얄쨜이 없습니다 ㅠ) 


정말 아이가 뭐든 다 할 수 있게 해준다고...;;


자신같으면 옷도 버릴거 같고,  

벌레도 나올 거 같아서  

못하게 할 것만 같은데 어쩜 그러냐고.. 


(은근 돌려 까기? ㅎㅎ) 



코로나로 아이와 함께 24시간 지내면서 

남편과 한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아이가 다치거나 위험하지 않은 것은 할 수 있게 해주자” 


그래서 아이가 하고자 하는 많은 것들은 그냥 지켜봅니다. 

하게 해주고 즐거워하는 아이를 봅니다.  


오늘도 아이가 하고 싶어해서 

함께 맥앤치즈를 만들고, 

자신이 만든 맥앤치즈를 한그릇 뚝딱 하는 아이를 바라봤습니다. 


힘은 들지만, 

그렇게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저는 조금 이를지 모르지만, 

지금부터 아이의 인생에 있어 아이에게 운전을 맡기려고 합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아이에게 이런저런 방향이 있다는 것, 

이런 길로 갈 수도 있고,  

저런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만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달리면서 꼬불거리는 길도 달려보고,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려도 보고, 

험난한 비포장 도로를 달릴 때는  

'운전대에 살포시 손을 놓고 잡아주는 역할만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남편과 나눴습니다.  



부모로서 아이를 양육함에 있어 

어느 정도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그 방법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거란 논문의 연구들도 많더라고요. 


하지만, 일단 저는 제가 좀 더 마음을 내려놓고 

바쁜 제가 덜 스트레스를 받도록 

(이기적인 애미라서요 ^^) 

아이에게 운전대를 넘겨 줄 생각입니다.  


조금 더 이렇게 키워보고 다시 이 공간을 찾아 장단점을 풀어놔볼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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