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시골에서 유학을 온 너는 모든 게 낯설었을 텐데도 누구보다 당당했고, 무엇이든 열심히 했지. 공부도 잘하고, 늘 웃음으로 친구들을 감싸던 너는 우리 반의 중심 같은 사람이었어.
특히 기억나는 건 너의 도시락이었다.
누나가 매일 정성껏 싸줬던 도시락, 김치와 계란말이가 꼭 들어있던 그 도시락 말이야. "우리 누나가 새벽에 일어나 준비한 거야, "라고 자랑하던 너의 목소리는 정말 따뜻했어. 너는 그 도시락마저도 소중하게 여겼고, 친구들과 나눠 먹으며 모두의 마음까지 채웠지. 그 모습이 너라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
그랬던 네가 이제는 소방관이 되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감격스러워. 네가 매일 맞이하는 하루는 우리가 상상조차 못 할 만큼 힘들고 위험할 거야. 새벽부터 울리는 사이렌 소리, 불길 속에서 들려오는 비명, 그리고 그 속으로 뛰어드는 네 발걸음.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 순간들을 견뎌내고 있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친구야, 나는 네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알지만, 네가 얼마나 힘들지도 알고 싶어. 위험한 현장에서, 타인의 생명을 구하면서, 네 마음은 얼마나 고단할까? 하지만 너는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오늘을 지켜주고 있을 거야.
그리고 부탁하고 싶다. 너 자신을 잊지 말아 줘. 네가 건강해야, 네가 웃어야, 네 가족도, 네가 지키고자 하는 세상도 웃을 수 있어. 누나가 새벽마다 싸줬던 그 도시락처럼, 네 삶에도 따뜻한 위로와 사랑이 가득 채워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친구야, 너는 내게도 영웅이지만, 너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영웅이야. 소방관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너와, 너의 동료들 모두가 세상에 얼마나 큰 빛이 되는지 너희는 아마 다 알지 못할 거야. 그러니 내가 말해줄게.
너희의 헌신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숨 쉬며 살아가고 있어. 그리고 그 숨 끝마다 너희를 향한 고마움이 묻어있어.
친구야,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길. 오늘도, 내일도, 너 자신을 지켜주길 바란다.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