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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관성, 그 끝에서 걷다.

by 이해하나

스물다섯 해 넘게 피워온 담배를 끊었다.
그리고 어느 날,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걷고 싶어졌다.
그래서 출퇴근길을 걸었다. 하루 왕복 7킬로미터.

처음엔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멍해졌다.
무언가 빠져나간 자리에 감정들이 밀려들어왔다.
금단증상인가... 아니면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틈을 타 올라온 걸까.

몸이 먼저 반응했고, 생각이 그 뒤를 따랐다.
습관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몸 깊숙이 달라붙어 있을 줄 몰랐다.

습관의 관성을 끊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버거웠다.
벗어나려 하면 다시 제자리로 끌려가고, 내려놓으려 하면 어느새 움켜쥐고 있었다.
그게 습관이었다.


걷는 시간이 쌓일수록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놓치고 살았던 것들, 묵혀두었던 감정들, 그리고 견디는 데만 익숙해진 나 자신.

어떤 날은 허무했고, 어떤 순간엔 이유 없이 화가 났다.
가끔은 나조차 나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의 반응은 조금씩 달라졌다.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숨을 들이쉬는 감각이 새로웠고, 삶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지나쳤던 것들이 낯설고, 새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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