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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길을 걷고 있나요?

by 이해하나

우리는 두 발로 걸으며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잊고 삽니다.

너무 당연하게 여겨서 그 소중함을 망각하며 살곤 합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짧은 영상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도로 한가운데를 달리던 자전거와 그 뒤를 따르던 차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차가 짧게 경적을 울리자, 자전거를 타던 여성이 갑자기 자전거를 세우더니 차 앞으로 달려가 보닛을 주먹으로 세차게 내리쳤습니다. 놀란 운전자가 급히 내려 그녀를 말리자, 그녀는 결국 자신의 뺨을 때리며 울먹였죠.


그녀의 울음은 단순히 경적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오랜 세월 쌓여온 피로와 분노, 외로움이 그 작은 자극에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겠지요. 그날 그녀의 울분은 도로 위에서 폭발했고,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지치고 힘들면 저렇게 모든 걸 쏟아내며 울부짖을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저는 기도했습니다. 그녀의 울분이 단순한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잠시의 숨 고르기가 되기를 말입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의 행동을 판단하고 비난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그날까지 어떤 삶을 버텨왔는지, 마음에 어떤 상처와 피로가 쌓여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지요. 그래서 더더욱 작은 친절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경적 대신 기다림을 선택할 수도 있고, 비난 대신 이해를 건넬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우리가 걷는 그 길을 힘겹게 버티며 걸을지도 모릅니다. 같은 길을 걷지만, 우리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분명한 축복입니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몸을 이동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걸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걸으면서 사색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 아닐까요?


당신은 어떤 길 위에서, 어떤 순간에 삶을 돌아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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