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약속은 많을수록 좋았고, 관계는 넓을수록 풍요롭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누군가를 만난 뒤에 남는 것이 즐거움보다 피로일 때가 늘어났다. 사람을 싫어하게 된 것도 아닌데, 관계가 버겁게 느껴진다.
이 변화가 이상한 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줄어들고, 관계를 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젊을 때는 체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던 감정 노동이 이제는 너무나 부담이 된다. 의미 없는 대화, 반복되는 설명, 불필요한 오해 등, 거기에 더 이상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우리는 이 변화를 자주 오해한다. 스스로 냉정해졌다고 생각하거나, 사회성이 떨어졌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이건 마음이 닫힌 게 아니라 기준이 생긴 것에 가깝다. 모든 관계를 유지하려던 때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남기는 쪽으로 넘어간 것뿐이다.
함께 있어도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말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관계. 굳이 애쓰지 않아도 편한 사이. 그런 관계는 에너지를 빼앗지 않는다. 오히려 채워준다. 많은 사람을 아는 것보다, 이런 사람 몇 명이면 충분하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에너지를 아끼고,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불편한 관계에 과하게 애쓰지 않는 것. 거리를 둔다는 선택은 회피가 아니라 자기 보호다. 모든 관계를 잘 해내야 할 이유는 없다.
좋은 사람들과 깊게 지내면 삶은 훨씬 단단해진다. 인간관계가 힘들어졌다는 건 어쩌면 내가 나를 좀 더 솔직하게 대하기 시작했다는 것 같다.